`파출부 실업`..중·상층 일거리 `뚝`

강남구 소개소 70% ‘휴업’
  • 등록 2004-08-29 오후 7:19:47

    수정 2004-08-29 오후 7:19:47

[조선일보 제공] ‘부자 경제권’엔 늘 ‘서민 경제권’이 공존한다. 부자들이 돈을 많이 쓸수록 서민들도 함께 바빠지고 형편도 펴진다. 부잣집 방바닥 닦아주고 자녀를 대학, 유학까지 보내는 ‘파출부 신화’는 얼마 전까지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런데 불황이 깊어지고 부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이 역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파출부 신화’ 옛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상가군 ‘A부녀회’(파출부 소개소). 27일 오전 11시 기자가 소개소에 들어가자 소장(所長) 아줌마가 함께 있던 파출부 아줌마 5명을 이렇게 소개했다. “자식 농사 이분들처럼 잘 지은 사람들이 없어. 부잣집 청소, 빨래해 주고 (자식들) 대학원, 의대, 법대, 유학까지 다 보낸 장한 어머니들이야.” 하지만 파출부 ‘상도동 아줌마’는 “작년엔 소장님이 일하러 가라고 해도 뺀질거리며 도망다녔는데 요즘은 제발 보내달라고 목 빼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성수동 아줌마’는 “일이 나올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거지. 지치면 가고…”라고 말했다. 이들 5명은 오전 내내 사무실에서 올림픽 TV중계만 바라봤다. A부녀회는 얼마 전 14평(월세 160만원) 공간에서 5평 공간(80만원)으로 옮겼다. 공치는 날이 많아 임대료 낼 벌이가 안 되기 때문이란다. 같은 상가 파출부 소개소 ‘B취업정보’. 이곳 장모(45) 소장은 “가정부는 끄떡없고 파출부는 (작년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알부자들은 하늘 두쪽 나도 일감을 주지만 중간 부자나 중상층 수요는 확 줄었어.” 한 집에 고정적으로 고용돼 월급을 받는 가정부는 알부자들이, 파트타임 파출부는 중상층이 중심 고객이라고 한다. 하지만 동네 나름이다. 논현동 C소개소 소장은 “가정부 하다가 쫓겨나오는 사람은 봤어도 가정부 하러 들어가는 사람은 못 봤다”고 말했다. 압구정동 D소개소 소장은 파출부 시장의 단면을 이렇게 말했다. “강남구에 소개소로 등록된 곳이 70여곳 되는데 요즘 영업하는 곳이 20여곳에 불과해. 5월까지 직업소개소 강남지회 모임이 두 달에 한 번씩 있었어. 지난달(7월)에도 모여보려고 전화를 돌렸는데 전화 받는 곳이 10여곳밖에 안되더라. 모임이 무기 연기됐지.” 신용불량 대졸자들도 서초동 ‘E소개소’에서 대기 중이던 ‘신사동 아줌마’(47·파출부 경력 10년)는 “예전엔 30~40평대 사람들도 종종 파출부를 썼지만 이제는 50~60평은 넘어야 파출부를 쓴다”고 말했다. “그나마 파출부를 쓰는 사람들도 예전엔 하루종일 근무에 5만원이 기본이었는데 지금은 한나절 일하고 2만5000원…. 일거리는 줄어들었는데 일할 집은 더 커져 죽을 맛”이라고 했다. ‘금호동 아줌마’(44)는 “애들 학비가 문제가 아니라 진짜 빚 갚고 먹고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보통 세 번 나가서, 나갈 때마다 3만~5만원씩 한 달에 40만~50만원 정도 버는 것 같아. 아이가 고3인데 얼마 전 ‘알아서 대학 가라’고 말해놨어.” 이 아줌마는 남편과 남대문시장에서 옷장사를 하다가 두 달 전 가게를 접고 파출부시장에 진출했다. 경제가 힘들수록 ‘금호동 아줌마’처럼 강남에 신규 진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기자가 D소개소에 머문 30여분 동안 파출부를 하겠다는 전화가 4통 걸려왔다. “일해 보셨어요? 어디 가고 싶으세요? 일단 한 번 찾아오시죠. 가입비는 6만원입니다….” 소개소장은 “(파출부 지망자가) 여기저기서 막 쏟아지다시피 한다”며 “조선족, 중국 사람들에, 식당하다 망한 사람들, 심지어 대학 나온 여자들도 온다”고 말했다. 대졸자들은 대부분 신용불량자일 것이란 추측이다. 30~40대가 넘쳐나다보니 55세 넘은 아줌마는 아예 받아주는 곳이 없다고 한다. 50代 넘으면 안받아줘 압구정동 F소개소에서 일감을 기다리던 강북 아줌마(59)는 기자가 탄산음료 한 병을 권하자 “빈속이라 그것만 먹어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못 먹는다”며 손을 내저었다. 아침 9시부터 지금(오후 2시)까지 컵라면 하나 먹고 부잣집 호출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오늘도 완벽‘샷’
  • 따끔 ㅠㅠ
  • 누가 왕인가
  • 몸풀기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