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이어 이낙연… 정치테마주 '폭탄 돌리기'

대상홀딩스우, 임창욱 명예회장 매도에 급등세 제동
한동훈 테마주 지자 불붙는 이낙연 관련주
남선알미늄 우선주 상한가…관련주 줄줄이 강세
박스피에 단기차익 노리는 개미들 테마주로
"테마주 주가, 개인수급이 좌우…폭탄돌리기 우려"
  • 등록 2023-12-12 오전 6:20:00

    수정 2023-12-12 오전 7:42:45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며 개인투자자들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선거철이면 정치 테마주 상승세가 이어지는 것이 흔한 일이지만,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박스피 장세를 이어가며 지친 개미들이 ‘한동훈, 이낙연 테마주’로 불리는 종목에 무작정 몰려드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실적이나 모멘텀 등이 전혀 없이 우선주가 이상 급등하는 현상이 잇따르고 오너가의 이익실현까지 나오면서 테마주 폭탄돌리기 장세가 시작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상홀딩스 우선주, 임창욱 명예회장 매도에 급등세 제동

1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대상홀딩스우(084695)는 전 거래일보다 2700원(5.22%) 내린 4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상홀딩스 우선주는 지난달 27일 상한가를 찍은 뒤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과 오랜 연인인 배우 이정재씨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저녁 식사를 함께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한동훈 테마주’로 인식된 덕분이다.

주가가 과열조짐을 보이자 한국거래소는 지난 4일과 7일 두 차례에 걸쳐 대상홀딩스우의 매매거래를 정지하기도 했으나 약발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급등세에 제동을 건 것은 임창욱 대상홀딩스 명예회장이다. 임 부회장의 부친인 임 명예회장은 대상홀딩스 우선주 2만8688주를 주당 4만6515원, 대상우 4만3032주를 주당 1만9147원에 전량 장내 매도했다. 이번 매도로 임 명예회장은 약 21억원을 현금화했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에서 오너가(家)의 지분 매도는 대표적인 악재로 여겨진다. 특히 변동성이 큰 정치 테마주는 별다른 호재 없이 급등한 뒤 대주주의 지분 매각이 이어지면 고점 신호로 여겨져 곧바로 급락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낙연 테마주로 옮겨붙은 불…‘우선주’ 중심 테마주 주의보

대상홀딩스 우선주의 상승세가 한풀 꺾이자 이번에는 ‘이낙연 테마주’로 매수세가 옮겨 붙었다. 이날 남선알미늄 우선주인 남선알미우(008355)는 전 거래일보다 1만1350원(29.99%) 오른 4만9200원을 기록했다. 남선알미늄은 1.93%, 부국철강은 10.45% 상승했다.

이들 종목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주가가 치솟았다. 남선알미늄 계열사인 삼환기업의 이계연 고문이 이낙연 전 대표의 친동생이라는 이유로 이낙연 테마주로 꼽힌다. 부국철강은 손일호 대표가 이 전 대표의 서울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관련주로 엮였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에서 횡보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정치를 비롯한 테마주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지며 관망세가 지속하며 테마주 과열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위험 선호 심리가 개선됐지만 펀더멘털 회복 속도가 더뎌지면서 다시 정치 테마,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토큰증권발행(STO), 중국 폐렴을 중심으로 테마주가 하루걸러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며 “펀더멘털 개선세가 크게 눈에 띄지 않아 테마주 장세는 좀 더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문제는 테마주 장세가 자칫 ‘폭탄 돌리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테마주는 실적이나 모멘텀과 관계 없이 개인투자자들의 수급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에서 뒤늦게 투자에 뛰어든 개미들이 고점에 물리며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최근 정치 테마주가 우선주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우선주는 다른 종목에 비해 유통 주식 수가 적어 소액 투자금만으로도 주가가 크게 움직이다 보니 호재를 만나 빠르게 오른 주가가 그만큼 급격하게 내릴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치 테마주는 기업가치와 본질적으로 관련 없이 과도하게 오른 경우 이를 장기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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