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획기적이다” vs “정비사업 먼저”

  • 등록 2020-07-16 오전 5:00:02

    수정 2020-07-16 오후 6:33:10

[이데일리 김미영·하지나 기자] 당정이 15일 서울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검토를 공식화한 데는 그보다 ‘획기적인’ 주택공급 확대방안이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가로주택정비사업과 같은 소규모정비사업 활성화, 도심지 철도부지 같은 유휴지 활용 공급방안 등을 다각도로 벌여왔지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내놓은 고육지책이란 평가다.

서울 주택 공급 확대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시장 과열의 진정 효과가 날 것이란 긍정적 기대와 2, 3기 신도시에 악영향을 끼치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단 부정적 시각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2018년 박원순에 막혔던 그린벨트…“해제 시 확실한 공급 신호”


그린벨트 해제는 정부가 저울질 중인 공급확대 방안 5가지에 ‘플러스 알파’로 제시됐지만 시장의 관심이 가장 큰 부분이다. 정부가 본격 검토에 들어간 5가지 방안보다 알짜배기 서울 땅에 대단지 물량 공급이 가능해서다. 그린벨트 상당수는 수요가 많은 강남 4구에 몰려 있다.

정부가 현재 검토 중인 방안은 △도심 고밀 개발을 위한 도시계획 규제 개선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도시 주변 유휴부지·도시 내 국가시설 부지 등 신규택지 추가 발굴 △공공 재개발·재건축 방식으로 사업시행 시 도시규제를 완화해 청년·신혼부부용 공공임대 및 분양아파트 공급 △도심 내 공실 상가·오피스 등 활용이다.

주택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논의 중인 방안들은 곳곳에 조각조각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라 상대적으로 체감도가 낮다”며 “그린벨트를 푼다는 건 하나의 신도시를 조성한다는 것과 다름 없어 주택공급이 쉽고 공급 확대 신호를 확실히 줄 수 있다”고 했다.

지난 정부에서도 그린벨트를 풀어 아파트를 대량 공급한 전례는 있다. 노무현 정부는 지난 2003년에 은평구 일대 359만3000㎡ 그린벨트를 22년 만에 해제하고 은평뉴타운을 조성해 1만4000여 가구를 공급했다. 이명박 정부는 송파구 거여동과 장지동 일대 그린벨트를 풀어 총 4만6000여가구 규모로 위례신도시를 조성했고, 서초구 내곡동 그린벨트 일부(88㎢)도 해제해 주택을 지었다. 분양 당시에는 아파트가 시세보다 20~30% 싸게 공급되면서 집값을 떨어뜨렸다.

이번 정부 들어서도 3기 신도시 대상지 상당수가 그린벨트 해제지역이다. 환경운동연합본부에 따르면 고양 창릉은 97.7%, 부천 대장은 99.9%가 그린벨트 지역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 2018년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 공급 계획’을 구상하면서 서울 내 그린벨트 해제도 저울질했다. 하지만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경한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지 않았다. 이번엔 그린벨트 해제 불가 입장을 고수해왔던 박 시장이 숨진 지 엿새 만에 해제 논의가 본격화됐단 점에서 공교롭다. 서울시는 이날도 그린벨트 해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내비쳤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3기 신도시는 타격…정비사업 규제 완화 먼저 해야”


서울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엔 우려의 목소리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먼저는 조성 중인 2, 3기 신도시 조성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단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특히 서울과 인접한 인천, 계양 부천, 대장 고양, 과천, 왕숙 하남 등지를 3기 신도시로 지정해 서울 수요를 분산하겠단 복안이었다. 상대적으로 서울에서 더 멀고 낙후된 1기 신도시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밀어붙인 개발계획이다. 하지만 서울 도심에 대규모 주택 공급을 한다면 수도권 신도시 대기수요가 서울로 몰릴 수 있단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어디 그린벨트를 해제해 어떻게 공급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직 진행 중인 2기, 3기 신도시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에서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다고 했으니 서울을 선호하는 실수요자들이 수도권 신도시로 빠지지 않고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충분한 주택 공급을 통한 시장 안정이란 정책 목표를 얼마나 달성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남은 그린벨트 면적이 그다지 크지 않아 물량 자체가 얼마나 나올지 의문”이라며 “해제 후 토지 보상, 공급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려 현 정부에선 공급까지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땅에 지은 아파트들이 단기적으로만 집값을 떨어뜨렸을 뿐 이후 시세를 따라갔다”며 “길게 보면 집값 안정이란 효과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업계 다른 관계자는 “땅값이 비싼 동네인데 토지보상이 이뤄지면 이 돈이 다시 부동산으로 유입돼 시장 과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짚었다.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규제 완화 카드를 먼저 써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정비사업 규제 완화 방안이 있는데 그린벨트를 먼저 푸는 게 맞나”라며 “정비사업을 통해 일부 이익을 환수하고 공급량을 늘리면 되는데 정부가 이를 배제하고 다른 길을 찾는 게 한계”라고 꼬집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미래세대를 위한 유보지 성격, 서울 등 수도권의 허파역할, 이미 많이 훼손된 3급지 그린벨트 등 그린벨트 개발방향과 관련한 다양한 장단점이 담론으로 논의된 후 합의를 거쳐 그린벨트 해제안이 나와야 할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곡동 일대 개발제한구역. 사진=정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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