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사업은 절대로 두들겨 보아야 한다. 확인, 확인 또 확인이 필요한 것이 비즈니스다.
세 번째 중국 출장은 그야말로 의기양양했다. 두차례의 출장으로 이미 중국을 다 아는 사람이 된 듯 했다. 통역을 맡아줄 천재형 조선 동포도 만났다.
“볼펜 한 자루씩만 팔아도 13억 자루!” 전 세계 광고물이라는 광고물은 모두 중국으로 중국으로 몰리고 있었다. 호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면 돈 자루가 날아 다녔다.
국내 유력 언론사 베이징 특파원을 하고 있는 친구 소개로 브라질 교포 K씨를 만났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베이징에 오면 투숙하는 특급 호텔에 몇 달씩 투숙하는가 하면 평양도 자주 다니는 그야말로 귀한 손님이란다. 귀공자풍의 외모와 175㎝ 가량의 키, 좀 어눌한 말투하며 한마디로 사람을 끄는 힘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K씨가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우리가 자주 만나던 호텔 커피숍에서 둘이 앉아 2시간여 ‘밀담’을 나눴다. 나는 밀담을 나누면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K씨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한국 굴지의 S그룹 L 회장이 북한의 명견 ‘풍산개’를 좋아한다. 이미 용인 에버랜드에서 풍산개 두쌍을 사육하고 있고, 계속 구입하려 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한국에 풍산개 붐이 일게 될 것이 확실하다. 그래서 내가 북한 고위층과 접선해 북한에서 풍산개 100여 마리를 구입, 천진 근처 농가에 숨겨 놓았다. 앞으로도 계속 풍산개를 구입해 큰 사업을 벌일 참이다.”
L 회장이 누군가? 그 분이 이미 구입했고 앞으로도 계속 구입하겠다고 한다면 사업성은 엄청나다. 해볼 만한 사업이다. 확신이 섰다.
확인해보니 실제로 국내 에버랜드에 풍산개 두 쌍이 있었다.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이다.
베이징과 천진 사이 농가에 가서 풍산개 100여 마리를 보고 그 중 가장 모양이 좋은 풍산개 한 쌍을 구입했다. 암컷은 새끼를 밴 상태. K씨는 천진항 통관은 신고만 하면 별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한 쌍을 구입해 한국에서 좋은 값에 팔고 나면 나머지 풍산개도 내게 팔기로 했다.
나는 K씨를 소개해준 친구 특파원에게 “K가 직접 한국에 가서 직접 판매하지 왜 내게 파느냐”고 물었다. 친구는 “밀린 호텔비를 일부라도 갚아야 그 호텔에 한 달 더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살아 있는 동물 수입은 결코 쉽지 않았다. 신고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검역 절차를 마치는 동안 베란다가 있는 호텔을 물색해 베란다에 풍산개 한 쌍을 숨겨둘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구입 20여일 만에 풍산개 한 쌍이 배편으로 인천항에 도착했다. 좋은 일이 더 있었다. 암컷이 인천항 검역기간 중 새끼 다섯 마리를 낳은 것이다. 와우 이런 횡재가 있나? 지화자!
그러나 사업 결과는 참패였다. 한 달이 지났지만 한 마리도 팔수 없었다. 매매 계약서에 족보, 그것도 3대 족보가 있어야 했다. 게다가 아무리 명견이라 해도 훈련소에서 일정기간 훈련을 받아야 했다. 팔리지는 않고 돈은 계속 들어갔다. 결국 그동안 신세를 진 분들에게 선물하고 말았다. 정원이 있는 사람을 찾느라 선물하기도 힘들었다. 백두(숫컷)야 한라(암컷)야! 억장이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