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 카드 재발급·해지 300만건 돌파..직원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요"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카드 재발급을 받으려는 고객들이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어서 화장실도 제대로 못가는데 식사는 엄두도 못내요.” 카드 관련 업무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A카드사 직원에게 ‘요즘 상황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되돌아온 답이다.

최악의 카드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KB국민카드, 농협카드, 롯데카드 등 3사 영업점 및 계열사 은행 지점에는 4일 내내 카드를 재발급 받거나, 해지하려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현재까지 재발급 또는 해지를 신청한 건수는 이미 300만건을 돌파했다. 신청 건수를 한 고객으로 가정한다면 300만명이 넘는 고객이 영업점을 방문한 셈이다.

발급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롯데카드의 경우엔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내 마련된 발급센터에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카드 업무 지연에 항의하는 고객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금융사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내 롯데카드센터에서 신용카드를 재발급 받으려는 고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기표를 받아선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해당 카드사 또는 은행 직원들은 앉아 있거나, 심지어 끼니를 거르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본점 차원에서 고객 응대에 최선을 다하라는 지시뿐만 아니라 고객들의 항의에 제대로 된 식사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 은행 직원은 “고객들이 카드 업무를 보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데, 딴 청을 피웠다가는 곧바로 고성이 들려온다”며 “이 때문에 몇 일간 업무 과중에 따른 피로감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밀려드는 고객을 감당하지 못하자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각각 1000여명이 넘는 본점 직원을 카드 업무에 투입시켰다. 농협카드의 경우엔 콜센터의 마케팅 상담원 210명을 모두 고객 상담원으로 전환하고, 카드발급센터를 24시간 3교대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롯데카드도 콜센터 근무 인력을 평소대비 2배로 확충했다.

카드 3사 중 재발급 건수가 가장 많은 국민은행은 원활한 카드 관련 업무 처리를 위해 전국 모든 영업점의 영업시간을 오후 6시까지 2시간 연장했다. 이와 함께 거점점포로 선정된 250개 지점의 영업시간은 오후 9시까지 연장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선 영업점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는 본점 종합상황실 직원들의 피로감도 과중되고 있다. 본점 직원들은 집에 가서 대충 옷만 갈아입고 다시 회사로 출근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은행 본점 직원은 “카드 정보유출 사건 발표이후 비상체제로 전환되면서 눈코뜰새없이 바쁘다”며 “옷만 갈아입기 위해 집에 들렀다가 곧바로 회사로 와서 영업점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사의를 표한 심재오 국민카드 사장도 정보유출 사건이후 집무실을 비우지 않고 야전침대에서 생활하며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