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본 한 증권사 직원은 “차라리 제 돈 내고 먹을 테니 주식시장이 살아났으면 좋겠다”라며 “한때는 돈과 권력의 1번지로 불렸던 여의도에서 파격 할인행사를 해야 할 정도로 경기가 침체됐다”고 말했다.
월급보다 많은 성과급을 받은 증권사 직원들이 서로 사겠다며 손을 잡아끄는 통에 새벽녘에나 집에 들어가던 여의도 풍경은 사라진 지 오래다. ‘나를 이것 밖에 대접 안해’ 하며 연봉 협상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직원들도 찾아볼 수 없다. 연봉이 10%쯤 깎이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외부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한 애널리스트는 “올해 연봉협상은 잘하면 동결”이라며 “평균이 마이너스 10%기 때문에 그 이상 깎인 애널리스트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여의도 경기를 책임지던 증권사 직원들의 수입이 줄면서 상권도 자연스레 얼어붙고 있다. 여의도서 호황인 곳은 편의점밖에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려온다. 실제 여의도 편의점 도시락 매출은 매달 늘고 있다.
회식 문화도 점차 간소해지고 있다. 모 증권사 보험업종 베스트 애널리스트는 신입사원 교육을 끝내고 회식비를 지원받았다. 봉투 안에는 스무명이 넘는 신입사원 식사 값도 안 되는 10만원이 들어 있었다.
결국 그날 회식비는 개인경비로 충당할 수밖에 없었다. 팀 단위 회식도 마찬가지다. 법인 카드 한도가 줄지는 않았지만, 임원의 눈총이 따갑다. ‘돈도 못 벌어 오면서 회식은 거하게 한다’는 잔소리가 듣기 싫어 회식은 1차에서 끝낸다.
뭐니 뭐니 해도 증권사 직원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캠페인이다. 연봉이 줄면 지출을 줄이면 되고, 회식 자리가 줄면 오히려 좋아하는 직원도 있다. 하지만 캠페인은 주변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 H증권사에 근무하는 A씨는 지난달 펀드 유치 캠페인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차라리 독립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먼저 나간 선배들을 보고 있노라면 예전보다 많이 줄었어도 다달이 들어오는 월급이 고맙기만 하다. 지난해 적지 않은 수의 애널리스트와 매니저가 독립해 전업 투자에 나섰다.
‘매미’(매니저 출신 개미)로 불리는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1분기까지 중소형 장세가 펼쳐지면서 잠시 호시절을 누렸다. 하지만 2분기 장이 고꾸라지면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처지다. 호기롭게 물가 비싼 여의도에서도 가장 임대료가 비싼 오피스텔을 얻은 매미들은 매월 내야 하는 수백만원 대의 월세 맞추기도 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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