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직접 마약 판매자와 나눈 대화 중 일부다. 평범한 시민이 마약과 접촉하는 방법, 몇번의 검색과 채팅 몇 마디면 충분했다. 과거 ‘마약청정국’이라는 말을 자랑처럼 했던 우리나라지만, 이젠 옛말에 불과하게 됐다. 특히 인터넷 등을 통해 손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게 되자 젊은 층의 마약사범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마약에 손을 대는 10대도 급증세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을 통해 너무 쉽게 마약을 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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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마약을 구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대마초와 필로폰 등을 의미하는 은어가 무엇인지 검색한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검색하자 이를 판매한다는 광고 문구를 쉽게 찾아을 수 있었다.
기자가 광고에서 유도한 텔레그램 ID를 통해 “대마초를 구매하고 싶다”고 묻자 해당 판매상은 “현재 대량밖에 거래가 안 된다. 110그램(g)에 500만원”이라며 즉각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그는 “주위에 조금씩 나눠주면(되팔면) 비싼 건 아니다”라며 재판매를 부추겼다.
이어 “필로폰도 바로 살 수 있는지, 그건 좀 무섭지 않느냐”는 물음에 판매상은 “소량은 집중력, 행복감이 상승된다”며 투약을 권하기도 했다. 이들은 텔레그램 내에 마약의 g당 가격표까지 버젓이 올려놓은 채 영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마약을 판매하는 일당이 경찰에게 적발되는 일도 많아졌다. 앞서 지난달 30일 전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20대 A씨와 B씨를 구속했다. 이들은 텔레그램에서 마약 판매 채널을 통해 필로폰을 판매했고, ‘던지기’ 수법으로 거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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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누구나 손쉽게 마약을 구매할 수 있다보니 인터넷과 친숙한 젊은 층에서 마약 사범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사범 검거 인원은 총 1만2209명으로 5년새 약 38%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인터넷 마약류사범은 1120명에서 2608명으로 두 배 넘게 증가, 마약 범죄가 늘어나는 데에 큰 영향을 끼쳤다.
실제 마약 투약과 관련한 사고는 최근 하나하나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도심에서 난동을 부리다 체포된 한 남성이 마약 양성 판정을 받았고, 지난달엔 한 현직 소방관이 용산에서 마약을 투약한 후 거리를 배회하다 시민의 신고로 체포됐다.
지난해 9월 부산 해운대에서 마약을 투약하고 환각상태에서 난폭운전을 하다 7중 추돌 사고를 낸 운전자는 텔레그램을 통해 합성 대마와 필로폰 등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과거 마약거래는 전과자나 폭력조직원들이 아는 사람끼리 뒷골목에서 진행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텔레그램 등 인터넷을 통해 일반인도 구하기 쉬워진 것이 (마약 투약 사건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마약 치료 전문가 천영훈 인천 참사랑병원 원장은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요즘 내 진료실을 찾아오시는 환자분들을 보면 20대 초반, 여성의 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며 “더 속상한 것은 청소년들이 호기심에서 구글링을 통해 LSD, 엑스터시, 허브 이런 것들을 너무 쉽게 찾아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