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실이 28일 한국감정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감정원은 올해 분양가상한제 대상 사업장 7곳에 대한 토지가격 감정평가 결과의 적정성을 따져 모두 재평가하란 판정을 내렸다.
대상은 △서초구 서초동 1486-17 공동주택 신축공사, 서초동 낙원·청광연립 가로주택정비사업 △강동구 상일동 벽산빌라 가로주택정비사업, 둔촌동 632 민영주택건설사업 △강서구 공항동 발쿠치네하우스 민영주택사업 △양천구 신월동 스위트드림아파트 △은평구 역촌동 역촌1주택재건축정비사업 등이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의 분양가격은 ‘택지비+기본형건축비+가산비’로 결정된다. 사업부지의 가격인 택지비는 시청과 구청이 각각 선정한 감정평가사 2명의 감정평가를 먼저 받은 뒤 감정원이 적정성 검증을 벌여 확정된다. 그런데 지자체가 지정한 감정평가사의 토지가격 감정평가 결과에 감정원이 잇달아 제동을 건 셈이다.
감정원은 이에 대해 “(토지가격 산정은) 공시지가를 기본으로 하지만 시세와 괴리가 있다보니 현실화율을 적용해 보정을 한다”며 “감정평가사가 보정하는 과정에서 참고해야 할 사례들을 선별적으로 취했거나 관련 서류가 미비해 재검토 요청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가 규정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따졌을 뿐 토지가격을 일부러 낮추기 위해 재검토 요청을 한 건 아니다”라면서 “감정평가에 따른 평당가격은 요청주체의 동의 없이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원의 조치에 정비업계에선 불만이 나오고 있다. 재건축·재개발조합 연대모임인 주거환경연합 김구철 조합경영지원단장은 “정부가 기본형건축비는 건드릴 수 없으니 감정원을 이용해 땅값을 깎으려는 의도”라며 “분양가를 더 낮추려고 사전조치하는 것 같은데 조합에서는 민원제기 외엔 대응방법이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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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재건축조합(래미안원베일리), 강동구 둔촌주공재건축아파트 조합 등 향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을 단지들도 벽산빌라처럼 분양가격이 하향조정 받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현재 래미안원베일리는 감정원의 감정평가 검증이 진행 중이고 둔촌주공은 감정평가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감정평가제도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대신 맡긴 공인평가제도”라며 “심지어 지자체가 직접 선정한 감정평가사들을 믿지 않고 검증을 명목으로 다시 평가하게 해서 결과를 바꾸면 정부 스스로 발등 찍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정동만 의원은 “감정원에서 땅값을 깎고 지자체 분양가심의위에서 가산항목들을 깎으면 분양가격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이런 방법으로 분양가를 통제하면 일반분양 받는 사람들은 좋겠지만 조합원과 시공사의 부담이 늘고 정비사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