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정보유출, 2차가해까지…장례 후 더 커진 '박원순 논란'

박원순, 피소 사실 어떻게 알았나
"4년 동안 뭐 하다가"…2차 가해 심각
1년 전엔 붉은 수돗물, 이번엔 유충?…인천 '또 비상'
  • 등록 2020-07-18 오전 8:33:00

    수정 2020-07-18 오전 8:33:00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장례가 마무리됐지만, 그의 죽음을 둘러싼 공방은 더 거세진 한 주였습니다. 특히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前) 비서의 입장 발표 후 이 사건을 둘러싼 갈등이 커졌습니다.

박 전 시장이 해당 정보를 접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기에 이 정보가 어떤 경로로 흘러들어 갔는지에 관심이 쏠렸죠. 이와 함께 성추행 피해자를 조롱하는 듯한 2차 가해가 이어져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컸습니다. 이번 주 키워드는 △박원순, 피소 사실 어떻게 알았나 △“4년 동안 뭐 하다가”…2차 가해 심각 △인천 수돗물 또 비상 등입니다.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 방인권 기자)
박원순, 피소 사실 어떻게 알았나

지난 13일 박원순 전 시장의 장례가 마무리됐습니다. 그리고 그날 오후,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가 기자회견을 열고 대리인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 시장의 전 비서는 입장문을 통해 “거대 권력 앞에서 힘 없고 약한 저를 스스로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고, 안전한 법정에서 그 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지르고 싶었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죠.

그리고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에게 수사 상황이 전달됐다”며 “서울시장 지위에 있는 사람에겐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 인멸의 기회를 준다는 걸 목도했고,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 시스템을 믿고 ‘위력 성폭력’ 사실을 고소하겠느냐”고 정보 유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조금씩 피어오르던 의혹 제기가 수면 위로 올라온 계기였습니다.

의혹의 눈초리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과 경찰의 보고를 받은 청와대였습니다.

우선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8일 오후 4시 30분 피해자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했고, 9일 오전 2시 30분까지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서울청은 해당 고소장을 접수한 뒤 바로 경찰청에 보고했고, 경찰청은 이 내용을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파견된 경찰관에게 전달했습니다. 여기까진 괜찮습니다. 대통령령인 ‘청와대비서실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보고였으니까요.

그런데 9일 오전 10시 40분 서울시는 기자들에게 박 시장의 일정 취소를 알렸고, 박 시장은 10시 44분 가회동 공관을 나섰습니다. 이후 박 시장의 가족이 오후 5시17분 실종 신고를 했고, 다음날 밤 12시 1분께 숨진 채 발견됐죠. 이미 정해진 일정이 있었는데 이를 급박하게 취소한 점 등을 고려할 때 10시 40분 이전에 피소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청와대와 경찰은 박원순 시장에게 해당 사실을 알린 적이 없다며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보고를 받은 건 맞지만 다른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죠.

이들의 해명을 다 믿을 순 없겠지만, 의혹의 시선은 이번엔 박 시장의 측근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가 8일 오후 3시쯤 박 시장에게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린 게 있느냐”는 첩보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죠. 그리고 그날 밤 박 시장은 임 특보 및 비서관 등과 회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마도 성추행 의혹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죠.

하지만 임 특보가 사건을 파악한 경로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가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을 거친 인물인 점을 고려하면 지인 등 모종의 관계를 통해 정보를 얻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올 뿐이죠. 임 특보는 현재 서울시에 사의를 표명했지만, 서울시는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대기발령 조치한 상태입니다.

또한 9일 오전 박 전 시장을 만난 고한석 전 비서실장이 피소 관련 정보를 입수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는 “9일 오전 (내가) 인지한 것은 사안 자체이지 고소 사실은 아니었다”고 부인을 한 뒤 함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의혹이 담긴 고발장은 접수한 검찰, 박 시장의 사망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프리랜서 아나운서인 박지희 씨와 YTN 라디오 진행자 이동형 씨(사진=인스타그램, YTN)
“4년 동안 대체 뭘 하다”…도 넘은 2차 가해

박 시장 사망 이후 가장 우려스러운 건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입니다.

청와대와 여당은 줄곧 피해자가 아닌 ‘피해 호소인’ ‘피해 고소인’ 등 간접적인 표현을 썼습니다. 박 전 시장에 대한 성추행 의혹을 부인하는 행위이며,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나왔죠. 이러한 지적에 여당은 ‘피해 호소인’ 대신 ‘피해자’라는 표현을 쓰겠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이런 표현은 장난처럼 느껴질 정도로 다른 곳에선 2차 가해가 심각하게 벌어졌습니다. ‘이순신 장군도 관노와 잠자리를 했다’는 식의 막말이 인터넷에서 이어지기도 했고요.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현직 검사와 아나운서 등도 2차 가해로 비난을 받았습니다.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권력형 성범죄 자수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죠. 그는 과거 박 전 시장과 찍은 사진을 첨부하면서 “팔짱을 끼는 방법으로 추행했다”며 “페미니스트인 제가 추행했다고 말했으니 추행”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여자가 추행이라고 주장하면 추행이라니까”라며 피해자가 마치 별 것 아닌 것으로 고소를 한 것 아니냐는 조롱 섞인 말을 하기도 했죠. 이에 대해 여성변호사회는 그의 글이 부적절하다며 대검찰청에 진 검사의 징계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냈습니다.

박지희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지난 14일 올라온 tbs ‘청정구역’ 팟캐스트 방송에서 피해자에 대해 “왜 그러면 그 당시에 신고하지 못 했나. 4년 동안 대체 뭘 하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이런 식으로 김재련 변호사와 함께 세상에 나서게 된 건지도 궁금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진행자인 이 씨 역시 “피고소인은 인생이 끝이 났는데 숨어서 뭐 하는 것인가”라며 “미투 사건은 과거 있었던 일을 말 못 해서 밝힌다는 취지로 신상을 드러내고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죠.

이러한 발언들 모두 피해자보다는 박 시장 측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고, 2차 가해를 하는 것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사건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말을 하기 전 피해자의 입장에서 한번쯤 생각해보길 바라봅니다.

15일 인천시 계양구 병방동 한 주택에서 발견된 유충이 물병에 담겨 있다. (사진= 연합뉴스)
1년 전엔 붉은 수돗물, 이번엔 유충?

1년 전 붉은 수돗물 사태를 겪었던 인천에서 또 다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번엔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온 건데요. 인천 서구를 비롯해 계양·부평·강화지역, 경기도 시흥과 화성 등에서도 유출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연이어 접수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유충은 깔따구의 유충으로 유해성이 확인되진 않았지만, 유충이 살고 있는 환경이 사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전에 수돗물을 마시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저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국이 수질 정상화에 나서고 있지만 시민들의 불안감과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를 겪은 인천이기에 그 여파가 커 보입니다.

인천시는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 후 유사 사태를 막기 위해 수질 감시체계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의 발표를 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도 지난 9일 최초 신고가 있은 후 5일이 지난 후에야 실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1년 전 사건에서 배운 것이 없는 걸까요? 이번 유충 사건이 빨리 마무리되길 바람과 동시에 당국 관계자들의 잘잘못을 분명히 따져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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