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공인중개업소를 찾으니 아파트 분양권을 사려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강남구 개포동 G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디에이치 아너힐즈(옛 개포주공3단지) 전매 제한이 이달 초 해제되면서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지자 매입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며 “분양권 가격도 많이 올라 이 아파트 84㎡형은 분양가보다 2억원이 오른 최고 16억4000만원 선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분양권 시장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다시 꿈틀대고 있다. 매매 거래도 늘고 웃돈(프리미엄)도 상승세다. 주택시장 회복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규 분양아파트의 중도금 대출심사가 깐깐해지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기존 아파트 분양권으로 옮겨간 측면도 크다.
분양권 전매 제한 풀리자 웃돈 ‘억소리’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1~2월 분양권 거래량은 85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11건)과 견줘 142건(20%)이 늘었다. 하루 평균 14.5건이 거래된 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일평균 거래량(11.9건)을 크게 넘어섰다. 설 연휴가 낀 데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매수 심리가 위축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란 평가다. 곽창석 도시와 공간 대표는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11·3 부동산 대책으로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이 길어지자 기존에 공급한 아파트 분양권을 잡으려는 수요가 많아졌고, 아파트 중도금 대출 규제 강화로 신규 아파트 분양을 받기가 까다로워진 점도 한몫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 4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강남구 삼성동 ‘삼성동 센트럴 아이파크’ 전용 84㎡형도 현재 시세가 최고 15억5000만원으로 분양가(13억 8600만원)보다 1억7000만원 가량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인근 P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입주가 다가오면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수세가 붙고 있지만 매물이 많지 않아 거래는 뜸하다”고 전했다.
강북권 분양권시장도 마찬가지다. GS건설(006360)이 지난해 6월 동대문구 답십리동에서 공급한 ‘답십리 파크자이’는 지난 1월 전매 제한이 풀린 이후 분양가(전용 59㎡·4억1150만~4억7000만원) 수준에서 거래되다 이달 초 부터 가격이 뛰기 시작했다. 이 아파트 전용 59㎡형의 경우 현재 최고 호가가 5억원으로 4000만~5000만원 정도 웃돈이 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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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세 차익을 겨냥한 투자 수요가 분양시장에 합류하면서 ‘폭탄 돌리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분양권 웃돈이 과도하게 붙은 상황에서 주택시장이 침체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실입주자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더욱이 집을 팔아 수익을 낸 사람이 부담해야 하는 양도소득세를 매수자가 내야 하는 경우도 많아 추가 지출까지 감수해야 한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팀장은 “올해와 내년에 입주 물량이 많아지고 금리까지 오르면 과거에 비해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낮아질 수 있다”며 “주변 분양가나 시세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도 웃돈이 붙은 분양권을 사면 ‘폭탄 돌리기’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