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유경하 이대목동병원장 "토요일도 평일처럼 진료..환자 몰려 석달만에 흑자"

형식적 주말 진료시스템 '대수술'..토요일 환자 3.5배 급증
2018년 마곡 첨단병원 준공, 국내 첫 3인실 위주 병실 구비
  • 등록 2016-05-23 오전 8:11:00

    수정 2016-05-23 오전 11:51:01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올해 설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2월 5일.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24시간 응급진료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는 이대목동병원을 찾았다. 긴 연휴를 코 앞에 둔 날이었지만 병원으로 몰려든 차량 탓에 진입에 애를 먹어 정 장관은 예정보다 늦은 시간에 도착했다. 정 장관은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평일과 주말에도 이렇게 잘 되는 병원이 있는지 몰랐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최근 이대목동병원의 괄목할 만한 성과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8월 유경하 이대목동병원장이 취임한 이후 3개월여 만에 실적이 흑자로 턴 어라운드 했으며, 병상가동률은 사상 최고치를 연신 경신 중이다.

이대목동병원 집무실에서 만난 유 병원장은 “취임 당시 병원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다 대대적인 혁신을 하기 보다는 직원들에게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강조했다”며 “환자들이 더 나은 편의를 누릴 수 있도록 진료시스템을 대폭 개편하자 성과는 자연스레 따라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화의료원은 넘쳐나는 환자 수요와 보다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현재 강서구 마곡지구에 중증질환자 치료에 특화된 제 2의 부속병원을 건립 중이다. 첨단 병원은 국내 최초로 기준 병실을 3인실, 중환자실을 1인실로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다.

◇토요진료 환자 3.5배↑… 병상가동률 사상최고

지난해 5월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하며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급감, 의료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이대목동병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곡에 건설 중인 병원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터진 메르스 사태는 병원 경영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최악의 상황에서 취임한 유 병원장은 거창한 혁신 활동보다는 기본에 충실하자고 결심했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환자를 생각하는 기본으로 돌아가자’. 작지만 큰 움직임이었다.

유경하 이대목동병원장. 지난해 8월 유 병원장이 취임한 이후 이대목동병원은 3개월여 만에 실적이 흑자로 턴어라운드 했다.
“거의 매일 각 진료과 담당교수와 내부 직원들을 만나 병원의 위기 상황을 공유하고, 토요 진료 확대 등 근무시간 연장과 관련해 협조를 부탁했습니다. 내부 희생이 불가피했기 때문에 반대 의견도 많았지만 모두가 힘을 모아 6개월 만이라도 운영해보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비상경영체제 이후 이대목동병원의 경영지표는 완전히 달라졌다. 유 병원장 취임 6개월 만인 올 1월 평일 병상가동률은 사상 최고치인 98.6%를 기록했다. 하루 평일 외래 환자수는 약 3500명으로 20% 가까이 늘었으며, 토요일 진료 환자도 기존에 비해 3.5배나 늘었다.

금요일 오후 등 평일 진료 시간대 확대와 토요일 전면 진료 실시에 따른 결과물이다.

기존 교대로 맡았던 토요일 진료는 모든 교수들이 출근해 환자를 보도록 했다. 또 평일날 사람이 몰려 받기 힘들었던 초음파, CT, MRI 등 검사도 토요일에 받을 수 있게 해 환자 편의성을 높였다. 입원 기간이 2~3일 정도인 간단한 수술은 토요일에 하도록 했다. 이러자 토요일 병상 가동률이 80~90%대로 높아졌다.

유 병원장은 “기존에 형식적으로 운영되던 토요일 진료가 문제였다. 평일에 바쁜 직장이나 학생들을 위해 각종 검사와 수술을 평일와 동일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보다 신속하고 편리하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꿨다”면서 “토요일 진료 특성을 살려 내시경·여드름·해외여행자·치매예방·소아신경클리닉 등을 개설하자 환자들의 호응이 컸다”고 말했다.

◇“환자가 최우선” 응급실 7월 확대 개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유 병원장은 응급의료센터와 인연이 깊다. 이대목동병원은 유 병원장이 이화의료원 기획조정실장을 맡았던 2011년 복지부가 공모한 ‘소아 전용 응급실 모델 구축사업’에 선정되면서 차세대 소아응급의료센터를 개소했다.

이대목동병원은 당시 소아응급의료센터 내에 격리실, 관찰 병실, 중증 응급 환자 구역 등의 전문 의료시설과 심장초음파기, 소아응급 랩 시스템, 환자 생체 감시 장치 등 소아 전용 진료 및 검사 장비를 갖췄다. 또 소아과 의사와 전문의가 24시간 진료하는 소아 전담 인력체계를 구축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서남권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됐다. 이대목동병원은 오는 7월 개소를 목표로 현재 응급실 내 병상과 의료기설 등 운영시설 확충을 위한 막바지 공사가 바쁘게 진행되고 있다.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응급실은 24시간 응급의학 전문의가 상주해 중증 응급환자는 전문의가 직접 진료하며, 응급실 내에서도 중환자실 수준의 환자 모니터링과 간호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 병원장은 “응급실 입원 병상수를 현재 14개 병상에서 30개 병상으로 확대하고, 20개 응급실 전용 중환자실 병상을 비롯해 격리병상을 최소 5개 병상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응급실을 방문하는 중증 응급환자를 100% 수용할 수 있는 진료 체계를 구축해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는 일이 없도록 진료시스템을 갖췄다”며 “미리 소방서 등과 연계해 중증환자를 응급실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미리 병원 내 외과, 영상의학과 등 각 진료과들이 협업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표준 진료지침을 개발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마곡지구 첨단병원으로 ‘제 2의 도약’

이화의료원은 지난 1887년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전문병원이었던 ‘보구여관’(保救女館)이 시초다. 당시 황실에서 ‘여성을 보호하고 구한다’라는 의미로 병원 이름을 하사했다. 이후 동대문병원과 목동병원을 거쳐 현재 강서구 마곡지구에 보구여관의 정신을 계승할 목적으로 이화의료원 ‘제 2 부속병원’을 짓고 있다. 오는 2018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경하 이대목동병원장. 이화의료원은 오는 2018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제 2의 부속병원을 짓고 있다. 제 2의 부속병원은 국내 최초로 ‘기준 병실 3인실, 중환자실 1인실’ 체제의 진료환경을 갖추게 된다.
유 병원장은 “이미 유방암·자궁암·난소암 등 여성암 분야를 비롯해 방광암, 위암, 대장암,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 분야에서 이미 국내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이를 발판으로 새 병원에서는 암센터, 심뇌혈관센터, 장기이식센터 등 중증질환 중심의 병원 진료체계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새 병원은 국내 최초로 ‘기준 병실 3인실, 중환자실 1인실’ 체제의 진료환경을 갖추게 된다. 유 병원장은 “새 병원에서는 병원 감염과 환자 밀집에 따른 스트레스, 사생활 노출 등의 문제를 최소화할 것”이라며 “3인실 위주의 병실 구성으로 운영이 힘들 수도 있지만 환자의 편의성과 의료 서비스 질 향상을 고려했다. 의료계의 새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병원장은 “섬김과 나눔이라는 이화의료원의 본래 정신을 계승한 새 부속 병원은 새로운 변화와 도전, 도약을 위한 시초가 될 것”이라며 “차별화된 환자 중심의 진료로 서남권역 1위 병원으로 발돋움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유경하 병원장은..

1960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서울 혜원여고와 이화여대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의학박사를 받았다. 1996년 이화여대 의과대학 소아과학교실 교수로 임용됐다. 이후 이대목동병원 초대 진료협력센터장과 교육연구부장, 이화의료원 기획조정실장으로 일했다. 지난해 8월 이대목동병원장에 취임했다. 유 병원장은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대한혈액학회,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학술이사,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이사 등을 역임하는 등 활발한 연구활동을 펼치며 소아종양, 혈액종양 분야의 명의로 손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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