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 후보 등록(20~21일)을 이틀 앞둔 지난 18일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헌화·분향을 마친 뒤 “정치적 사표인 노 전 대통령을 다시 생각하면서 나라와 당이 이렇게 어려울 때 어떻게 하셨을지 다시 묻고 싶어 찾았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4·15 총선에서 낙선한 직후인 4월 24일데도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았다. `재집권의 선봉장`을 슬로건으로 내건 김 전 장관은 민주당 `동진`(東進)의 적임자이자 `노무현 정치`의 적자임을 부각하고 있다. 지역주의 타파를 평생 숙원으로 삼았던 노 전 대통령의 노선을 따라 차기 대선 승리를 약속한 그가 입버릇처럼 영남 지지율 40%(300만 표)를 언급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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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에도 유튜브 채널 `김부겸TV`에서 청년들과의 취중 토크 소식을 전하며 “사실 (고기)좀 굽습니다”고 했다. 노무현 정치의 적자임을 강조한 발언인데 배경은 이렇다. 지역주의 타파와 보스 정치 탈피를 외치며 결성한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 멤버들은 15대 총선에서 줄줄이 낙선하자 깨끗한 정치자금을 만들어 보자며 노 전 대통령, 고 제정구 의원, 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 선배들과 1996년 `하로동선`(夏爐冬扇)이란 고깃집을 운영한 적이 있다. 김 전 장관은 당시 통추 조직위 부위원장이었다. 김 전 장관은 “각자 3000만원씩 출자했지만, 돈이 없던 저는 영업부장을 맡아 몸으로 때웠다. 그 실력 어디 안 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현역 의원 중에서는 박재호(부산 남구을)·고영인(경기 안산시 단원구갑)·권칠승(경기 화성시병)·이해식(서울 강동구을)·정정순(충북 청주시상당구) 의원 등이 김 전 장관 곁에 설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과는 20년 넘게 친분을 쌓았으며 친문 직계로 평가되는 권 의원은 영남 출신으로 김 전 장관의 중·고등학교 후배다. 김 전 장관은 권 의원을 고리로 친문 인사와의 물밑 접촉을 시도 중이다.
캠프 핵심은 새희망포럼·생활정치연구소
대(對)언론 관계와 홍보 등을 맡는 캠프 대변인으로는 김택수 전 대전 부시장과 박양숙 전 서울시 정무수석을 내세웠다. 두 사람은 각각 안희정계와 박원순계로 평가되는 인사다.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이란 조어가 돌 정도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평가 속에서 김 전 장관은 꽃가마 타는 대표가 아니라, 땀 흘려 노를 젓는 `책임지는 당 대표`로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차별화에 나섰다.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차기 당 대표가 대선 출마를 위해선 내년 3월 중도 사퇴해야 한다. 이 전 총리와 달리 임기 2년을 채우며 정권 재창출에 매진하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최근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으로 기사회생한 이재명 경기지사와도 어떤 식으로든 손을 잡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법원 선고 당일 “함께 국민 앞에 겸손한 자세로, 좋은 정치에 더욱 힘쓰겠다”고 한 김 전 장관은 지난 1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이 지사는) 국민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고 그 시기 시기마다 문제가 되는 것을 용감하게 치고 나간다. 나만 해도 정치를 오래 하다 보니까 그런 용기가 많이 죽었는데 이 지사는 참 부럽다”고 추켜세웠다. 정치권에서는 이 지사를 향한 `구애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