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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통영지청 검사로 촉발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운동이 대학가로 옮겨붙으면서 개강을 앞둔 대학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학들은 혹시 모를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 신입생을 대상으로 인권 교육을 실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서울대 장기자랑 강요 프리 선언
8일 대학들에 따르면 서울대는 단과대별로 ‘장기자랑 강요 프리(FREE) 선언’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사회과학대학·자연대 등 11개 단과대들이 선언에 참여했다. 서울대는 신입생·재학생 구분 없이 자율적으로 장기자랑 신청을 받고 학번과 나이 등을 기준으로 장기자랑을 할당해온 관행을 없앨 방침이다.
고려대 양성평등센터는 지난 5일 총학생회가 주최한 새내기 미리 배움터 행사에서 성폭력 등 학내에서 발생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학칙과 구제절차,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통로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양성평등센터 관계자는 “미투 운동이 확산되는 만큼 학생들에게 ‘문제 상황에 침묵하자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피해 사실을 숨기거나 말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하지 않고 용기를 내야 하고 그런 사실을 아는 다른 주변인이 피해자에 도움을 주고 조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명지대도 신입생 환영 행사에서 성범죄를 미리 방지하는 인권 교육 등을 진행했다. 건국대는 총학생회에서 성희롱 예방과 안전 관련 매뉴얼을 작성 중이다. 새내기 미리 배움터 행사 폐지 직전까지 갔던 한양대는 올해 ‘안전하고 즐거운 새터’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일단 행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정례교육 통해 사전예방해야”
전문가들은 대학가 미투 운동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대학별 정례화 교육 등을 통해 불미스러운 사고를 미리 방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소재 한 대학 교수는 “대학은 교수들이나 학생이 성폭력 예방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는데다 상하관계가 엄격해 성폭력 사고가 빈발한다”며 “어떤 행동이 성폭력이 될 수 있는 지만 알려줘도 예방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피해자들의 호소를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공동체 문화를 점검하고 피해자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교육하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이런 교육이 일상이 되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란?
지난해 미국 할리우드에서 처음 시작된 캠페인으로 성추행·성폭력 등 성범죄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소셜미디어(SNS) 상에서 ‘나도 피해자’라는 목소리를 내는 운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할리우드의 미투 운동 이전에 ‘문단내 성폭력 고발’, ‘한샘 성추문 사태’, ‘대학내 성희롱 고발’ 등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