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학사판 사태’ 재연된 국정교과서 선택

  • 등록 2017-02-22 오전 6:00:00

    수정 2017-02-22 오전 6:00:00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학교가 경북 경산시 문명고교 단 한 곳에 그쳤다고 한다. 그동안 교육부가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몇 개 학교가 더 신청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끝내 1개교에 그친 것이다. 전국 5564개 중·고교 가운데 단 1곳만 국정교과서를 채택했다는 사실에서도 우리 교육계가 이념 대립에 의해 짓눌리고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드러냈다.

더욱이 문명고교가 연구학교로서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학생과 학부모들이 반발 집회를 여는 등 내부 갈등의 확산으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취소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연구학교로 존속한다면 아예 전학을 가겠다는 학생들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위한 학생회의 서명운동에도 동참자가 몰리고 있다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학교 당국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연구학교로 신청하는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학내에서 반대 의견이 많았는데도 그 의견을 무시한 채 연구학교로 신청했으며, 반대한 교사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학생들이 바깥 여론에 휘둘려 반대운동을 펴는 것이 잘못이듯이 학교 재단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태도에도 찬성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태가 이렇게까지 이른 배경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진보성향 교육감들의 노골적인 협조 거부에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연구학교로 신청하려는 학교에 집단 압력을 넣은 결과다. 좌편향적인 기존 검인정 교과서들의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국정교과서가 대안으로 마련된 것이지만 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말하는 사람이 없다. 우리 일선 교육계가 직면한 서글픈 현실이다.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획일적인 내용의 역사교육이 학생들의 가치관을 그르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국정·검인정의 혼용까지 반대하면서 내세우는 논리로는 자가당착이다. 국정교과서 집필 작업을 밀실에서 진행한데다 내용상 적잖은 오류를 낸 교육부도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보수성향 필진들이 집필한 한국사 교과서가 친일·독재를 미화했다는 이유로 배척됐던 3년 전의 ‘교학사판 사태’에서 한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하는 현실에 무기력함을 느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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