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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 코스타리카 수도인 산호세를 출발해 커피 산지로 가장 유명한 타라주 지역을 찾아갔다. 해발 약 1700m에 위치한 산자락의 안개로부터 시나브로 스며 나오는 커피꽃 향기를 맡고 있을 즈음, 누군가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하고 다가왔다. 근처에서 커피농장을 운영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중년의 여성이었다.
요즈음 이곳에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채널에서 인기있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모르면 사람을 만날 때 곤란한 경우가 많아 행복하면서도 괴롭다. 코로나가 역설적으로 한국문화를 알리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전에는 젊은이를 중심으로 K-팝이 인기였으나, 코로나로 야외활동이 어려운 시기에 OTT를 통해 드라마나 영화 등 한국문화가 자연스럽게 코스타리카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곳 사람들이 한국문화를 좋아하듯 우리도 코스타리카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것이 상호적이라고 생각한다. 첫째로 1948년부터 군대가 없으며, 4년마다 선거에 의해 정부를 바꾸어 온 민주국가이다. 둘째로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국제사회에서 자연환경 및 기후변화 이슈를 주도하는 환경국가이다. 셋째로 긍정적인 삶의 철학을 대변하는 ‘뿌라 비다(Pura Vida)’라는 인사말대로, 행복의 나라이다. ‘2024년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코스타리카의 행복지수는 세계 11위로, 미주대륙에서도 최상위권이다.
한국의 노래, 드라마, 영화, 음식은 물론 한글까지도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는 요즈음, 불과 10여년 전에 한국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얼마나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는지 생각해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외교관으로서 감사한 마음을 자랑스러운 국민과 한국에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가 부강한 나라가 되기보다는 문화가 있는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는 백범 김구 선생의 말이 가슴에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