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독도서관에서 만난 김은총(32) 위세임 대표는 자신이 모아온 레고 시리즈를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 일견 평범한 취미를 가진 청년인 듯 보이지만 그의 또 다른 면은 절대 평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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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를 캐릭터로…“영웅들의 뜻 전해지길”
이날 정독도서관에서는 광복 75주년을 기념해 ‘위인덕분에’를 주제로 한 특별전이 열렸다. 이곳에 전시된 태극기를 치켜든 유관순 열사와 총을 겨누고 있는 안중근 열사, 공격 개시를 알리는 홍범도 장군 등 역동적인 모습의 독립운동가 피규어(figure·모형)는 모두 김 대표의 작품이다.
대학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한 그지만 처음부터 독립운동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우연히 본 안중근 열사를 주제로 한 뮤지컬을 보고 나온 후 이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고, 독립운동가도 마블의 히어로들처럼 캐릭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15가지에 달하는 독립운동가 피규어 콜렉션이 나오게 된 계기다.
많은 독립운동가의 피규어를 만든 그에게 유관순 열사의 피규어는 남다른 의미다. 유 열사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남아있지 않아 그를 어떤 이미지로 표현해야 하는지를 끝없이 고민해야 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그가 떠올린 이미지는 ‘강인한 리더’였다.
김 대표는 “(고초로) 얼굴이 부은 유관순 열사의 형무소 사진만 보고 그의 이미지를 고정시키는 것이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며 “3.1 운동을 주도하는 리더였던 유 열사가 얼마나 강한 사람이었을까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포즈 등에 대한 여성단체의 비판도 있었지만, 내 피규어의 모습이 책 표지로 쓰이며 인정을 받기도 했다”며 “칭찬만 받는 프로젝트보단 고생한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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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피규어, 나중엔 애니메이션 까지”…김은총 대표의 꿈
김 대표는 “유관순 열사 후손에게 후원금을 전달하러 간 적이 있는데 적은 금액에도 정말 고마워 하셨다”며 “유 열사는 삶을 바쳤는데, 이런 작은 것을 드리고 크게 고마워하시는 걸 보니 내 자신이 창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우리의 후원이 독립운동 사업에 의미 있게 사용될 거라는 후손의 설명이 사업을 계속 이끌어 갈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세임이 가장 최근 내놓은 피규어는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인 권기옥 열사다. 다음은 최재형 선생을 비롯해 항일운동의 주축 중 하나인 백정기 열사와 김마리아 열사 등 프로젝트를 이어갈 계획이다. 하지만 그의 꿈은 피규어 제작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의 시선은 마블의 ‘어벤저스’와 같은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김 대표는 “아직은 먼 프로젝트이긴 하지만 김구 선생이나 안중근, 유관순 열사 등이 주인공이 되는 애니메이션이나 웹툰 등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싶다”며 “사실을 기반으로 어느정도 각색한 어벤저스 같은 기획물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누군가에겐 단순한 장난감일 수도 있지만 피규어를 통해 우리 역사의 영웅들인 독립운동가를 한번쯤은 다시 돌아봤으면 하는 것이 김 대표의 바람이다. 그는 “사실 수익성이 큰 사업은 아니지만 잊혀져 가는 영웅들을 기억하기 위해 피규어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며 “광복 75주년, 굉장히 특별하진 않아도 한번쯤은 가볍게 기억할 수 있는 날이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