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자와 그 아내, 딸의 인생을 그린 영화 ‘시간 여행자의 아내’(The Time Traveler’s Wife, 2009)에 나오는 아내 클레어의 대사다. 아내는 죽음 직
어려서 엄마를 비극적으로 잃고 난 후 주인공 헨리는 시간여행이라는 병을 앓는다. 엄마를 잃은 충격으로 인해 그에게 특별한 초능력이 생긴 것이다. 그는 과거 혹은 미래로 시간을 왕래할 수 있다. 그가 원해서 행해지기도 하지만 뜻하지 않게 수시로 발생해서 그를 피곤하게 만들기도 한다. 헨리는 어린 소녀 클레어 앞에 나타나 다시 올 거라고 말한다. 그 말을 진짜 믿고 기다려온 순수한 소녀 클레어는 10년 후 정말 다시 나타난 헨리와 사랑에 빠진다.
제목처럼 영화는 시간 여행자 보다 그 아내의 입장을 더욱 부각시킨다. 헨리처럼 시간 여행할 능력도 없는 평범한 아내는 항상 사라졌다 나타나는 남편을 기다리는 삶을 살아야 하는 입장에 점점 화가 난다. 남편이 좋아서 시간 여행을 하는 게 아니란 걸 이해하면서도 시간 여행자의 아내라는 특별한 운명이 가혹하게만 느껴진다. 다시 돌아올 때 너와 결혼하겠다는 말만 믿고 살아왔던 아내의 입장은 선택이 없는 삶이었다. 의지로 풀 수 없는 상황 앞에서 아내는 힘들어한다.
미래를 왔다 갔다 하며 헨리는 새로운 사실들에 괴로워하고 그걸 궁금해 하는 아내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미래를 알고 나면 현재가 힘들다”. 헨리는 미래를 알기 때문에 괴로운 자신의 심정을 간접적으로 표명한다. 결국 그는 자신이 아내보다 먼저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그 죽음을 피하고자 애썼으나 역시 불가항력임을 알게 된다. 미래를 알고도 피할 수 없는 헨리나 알지 못하므로 이유도 없이 당하고 끌려 다녀야 하는 아내 클레어의 입장은 평범한 세상의 이치를 새삼 느끼게 한다. 인생이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고 설령 알아도 그걸 바꿀 수 없으니 모르는 것만 못하다. 그저 현실의 일분일초를 천년같이 살 수밖에.
코로나19가 기본적으로 변화시킨 삶과 사랑의 모습은 이렇다. 될 수 있는 한 집에서 지내라 하는 이유가 더불어 사는 사람의 소중한 가치를 좀 더 음미하라는 섭리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