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그리스의 몰락과 우리의 미래

  • 등록 2015-02-26 오전 6:00:01

    수정 2015-02-26 오전 6:00:01

[유지수 국민대학교 총장] 그리스 경제가 위기다. 급진좌파 연합 ‘시리자’가 지난달 총선에서 집권하자 불안해진 국민이 앞다퉈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고 있다. 인출금액이 거의 5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놀란 그리스가 유럽연합(EU) 회원국 재무장관을 설득해 구제금융을 4개월 연장하는데 간신히 성공했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시한폭탄 타이머를 조정해 폭발시점을 약간 늦춘 격이다. 그리스는 유럽중앙은행의 ‘자비’ 없이 생존이 불가능하게 됐다. 경제주권이 없어진 격인 데 경제가 나라의 심장이라고 생각하면 그리스는 더 이상 주권국가라고 할 수 없다.

그리스의 파국은 수년 전부터 예견됐다. 그리스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대책 없는 생활을 즐겨왔다. 그리고 임금상승이 생산성 증가를 훨씬 웃돌았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도덕적 해이가 컸다. 1999년과 2007년 사이 공공부문 임금이 50%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는 EU의 다른 국가보다 훨씬 더 가파른 상승세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도 정부 부채를 더욱 증가 시키는데 한 몫 했다. 현재 그리스는 GDP 대비 공공부채가 177% 에 달한다. 유럽의 평균공공부채가 10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비율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우리나라가 그리스 족적을 좇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고도의 경제성장을 했었다는 면에서도 비슷하다. 그리스는 50년대부터 70년대 까지 ‘그리스의 기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경제가 고도성장했다. 우리나라도 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고도의 경제성장을 하지 않았던가. 교육열도 유사하다. 그리스는 인력개발지수로 볼 때 세계 29위에 올라와 있다. 우리는 15위다. 즐기기 좋아하는 국민성도 비슷하다. 가계부채 면에서 보면 우리 씀씀이가 그리스보다 오히려 더 크다. 재정운영도 닮은 꼴이다. 재정이 악화되는 데도 선거를 생각해 풀기를 멈추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닮았다.

우리나라 공공부채 부채가 63%로 그리스보다 적지만 증가속도는 매우 빠르다. 우리는 세금 더 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반면 복지를 늘리는 것은 찬성한다. 그리스도 마찬가지 이다. 재정을 바로 잡으려고 긴축정책을 쓰자 모두 반대하고 결국 급진좌파가 정권을 잡았다. 우리도 정신 차리지 않으면 그리스와 같은 경제파국을 향한 급행열차를 타게 된다.

이를 막으려면 경제를 살려야 한다. 경제는 비행기와 같다. 양력을 유지해야 부상한다. 양력을 잃으면 추락한다. 산업전반에 걸쳐 노동생산성은 정체상태다. 반면 임금은 시간이 지나면 자동 상승하는 구조다. 기업에 투자를 종용하고 있지만 막상 정부의 재정지출은 산업경쟁력 향상을 위한 것과 멀어지고 있다.

그리스도 경제성장을 유지했다면 재정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지출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한번 시작한 지출은 국민에게 마약과 같아 중단하면 심각한 금단현상이 발생한다. 특히 소득에 상관 없이 모두에게 나누어 주는 ‘보편적 복지’는 한번 시작하면 중단할 경우 큰 사회적 소요가 따른다. 그리스 국민들이 거리에서 폭동을 일으키는 것을 우리는 목격했다. 결국 ‘경제살리기’가 관건이다. 그리스의 몰락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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