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세상이 앞만 보고 달리기 시작한 건 문명의 속성을 파악하면서부터다. 성장을 멈추면 옆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영리하게 알아챘다. 그렇게 산업혁명을 거쳐 정보혁명을 넘고 IT혁명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갈수록 ‘자전거 딜레마’에 빠져갔다. 사람보다 기계가 숭상됐고, 이윤극대화란 조직경영의 최고 가치를 위해 구성원은 스스로 혹은 어쩔 수 없이 도구화 돼갔다. 자성이 생긴 건 한참을 지나온 다음이다. 문득 뒤돌아 만난 ‘공자’에서 잊고 있던 경영의 덕목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공자와 그가 만들어낸 인문에서 길을 찾는, 고전읽기로의 회귀다. “도대체 경영이 무엇입니까”를 묻는 CEO들에게 2500년 전 공자의 가르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타깃’…사람은 도구가 아니라 대상
어느 날 공자가 관리하던 마구간에 불이났다. 가까스로 수습이 끝나자 공자가 입을 뗐다. “다친 사람은 없느냐.” 그런데 여기까지였다. 더 이상 다른 질문은 없었다. 공자에게 최고의 가치는 ‘사람’이었다.
‘논어’ 전체를 통해 공자가 꿰뚫고 있는 사람 철학도 다르지 않다. 특히 ‘사람을 다스리는 사람’에게는 형식적인 예를 넘어서는 덕(德)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지 않고, 인간을 중심에 둔 경영관이 그것이다. “사람으로서 인하지 않으면 예가 무슨 소용인가. 사람으로서 인하지 않으면 음악이 있은들 무슨 소용인가”(‘논어’ 팔일 편)라 했다.
▲‘리더십’…무위 그 역설적인 힘
공자가 정나라의 재상이던 자산을 평가했다. “그는 네 가지 군자의 도를 갖추고 있었다. 몸가짐을 공손하게 했고 윗사람을 섬기는 데 정성을 다했으며 백성을 다스리는 데 은혜롭고 백성을 부리는 데 의로웠다”(‘논어’ 공야장 편).
공자의 요체가 사람이듯 그의 리더십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샹루는 목표달성을 위해 사람과 더불어가는 것이 리더십의 전략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공의 질문이 그 지점에서 인용됐다. “평생토록 행할 만한 것이 있습니까”를 묻자 공자는 ‘서(恕)’라 답한다. 쉽게 말해 자신이 원치 않는 건 남에게도 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눈앞의 이익보다 대의를 생각하고, 믿어주는 것이 칭찬이며, 공은 나누고 책임은 떠안는 것을 최상의 용인술이라 했다.
▲‘시스템’…신과 도, 상생은 미래기업의 생존전략
한국국학진흥원이 엮은 ‘CEO, 공자에게 길을 묻다’(매일경제신문사)는 경영이 바로 지금 공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 두 가지를 꼽는다. 거래비용의 측면과 문화적 소프트웨어 측면의 기능성이다. 우선 사회적 신뢰가 붕괴됨에 따라 급격히 늘어나는 거래비용을 공자의 신(信)으로 막아낼 수 있다고 했다. 가장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형태의 협상을 신뢰의 형태로 복원할 수 있다는 거다. 공자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철학을 지탱하는 역할도 한다. 개개인의 ‘꿈을 이룰 비전’을 꾸리는 문화적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경영의 도(道)는 이 모두를 아우르는 형태여야 한다.
유교가 이익을 배척하고 도덕을 강조한 이상주의에 그쳤다는 세간의 평가가 편견이란 지적도 보탰다. 공자는 시장에서의 이익추구를 당연한 것으로 봤다는 것이다. 비록 ‘옳은지를 먼저 따져보자(見利思義)’ 했지만 ‘밥부터 먹이고 가르치자(先富之 後敎之)’고도 했다는 배경을 설명한다. 다만 시장영역이 공공영역과는 구분된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위기란 것도 공자에 따르면 신뢰상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해결하려면 근원으로 돌아가야 한다. 종국엔 경쟁을 넘어서는 상생이 자생력이며 미래기업의 생존전략이란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