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의대' 쏠림에…카이스트·포항공대마저 위험하다

서울에서 먼 순서로 진학생 감소 추세
카이스트·포항공대 인기도 옛말…인재 부족
이공계 대학 특성상 대부분 비수도권에
  • 등록 2024-08-21 오전 6:14:59

    수정 2024-08-21 오전 6:14:59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의대 열풍에 지방 기피 현상까지 겹치면서 최상위권 이공계 대학들마저 흔들리고 있다. 국내 대학 서열에서 서울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카이스트, 포항공대의 인기도 모두 옛말이라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지방대가 문을 닫는다’는 말이 이공계 최상위 대학 역시 예외는 아닌 셈이다.

서울 한 의과대학의 모습.(사진=연합뉴스)
대전·포항 등 비수도권…지방 기피 ‘뚜렷’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뜻하는 ‘SKY’가 종합대학 최상위권이라면 이공계는 SPK(서울대, 포항공대, 카이스트)가 1등으로 꼽힌다. 카이스트, 포항공대에 진학한다고 하면 서울대 부럽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SPK가 SKY와 다른 점이 있다면 ‘지리적인 위치’다. 종합대학은 서울을 중심으로 상위권 대학이 몰려 있어 ‘위치=서열’로 직결된다. 다만 이공계 대학은 학문 특성상 연구개발(R&D)을 위한 시설이나 면적, 기업들과의 물리적 위치가 더 중요하다. 이 때문에 카이스트는 대전 유성구에 위치해 있고, 포항공대를 비롯해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이 비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들의 역사를 보면 카이스트는 대덕연구단지의 영향으로 연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대전에 지어졌다. 포항공대는 1986년 개교 당시 포항제철소(현 포스코그룹)의 지원을 받아 경북 포항에 설립됐다. 급격한 공업화 시대였던 시절 포항공대는 포항제철소의 파격 장학금 정책 등을 등에 업고 서울대 못지않은 입결(합격 점수)을 자랑하며 성장했다.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 중도탈락생 현황(자료: 종로학원)
최상위권도 남부부터 ‘흔들’…“인재 투자 절실”

다만 이공계 열풍이 잦아들며 대학들의 화력도 서울에서 먼 순서대로 줄고 있다. SPK 중 가장 남부에 위치한 포항공대의 지원율이 가장 크게 줄어든 게 대표적이다. 대전에 있는 카이스트가 뒤를 이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과학고·영재학교 출신 학생의 2024학년도 진학자는 전년 대비 △포항공대(5.8%↓) △KAIST(3.3%↓) 순으로 줄었다. 전체 지방 이공계 대학 중 가장 급감한 곳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43.9%↓), 울산과학기술원(25.8%↓) 등으로 나타났다.

학계에선 학생들이 지방에 가지 않으려는 현상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당초 이공계 학생들이 졸업 후 입사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기업들도 대부분 비수도권에 위치해 있어 이공계 자체에 대한 인기도 줄고 있다. 졸업만 하면 대기업에 취직이 보장되는 계약학과 역시 큰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카이스트의 한 이공계 교수는 “카이스트는 서울과 가깝고 지원율이 높은 편에 속하지만 과거에 비해 줄은 건 사실”이라며 “포항공대도 흔들리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졸업 후 취직한다고 해도 출근지가 비수도권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며 “지방 소멸 문제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학과 관련 교수 또한 “아무리 대기업에서 계약학과를 만들었다고 해도 나중에 다른 좋은 곳이 있으면 그곳으로 간다”며 “대기업들도 직접 학교에 적극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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