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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파도가 일렁이는 해변에 여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머리를 다듬는 손길이 바쁜 여인들. 맞다. 곧 찬 바닷물에 몸을 던지고 가뿐 숨비소리를 낼 해녀들이다. 요즘 보는 그녀들과 다른 점이라면, 보기에도 안쓰러운 복장. 저 차림으로 거친 바닷속에서 잘 견뎌낼 순 있을지. 그 마음이 화가의 붓을 움직였던 건가. 부산 1세대 서양화가 임호(본명 임채완·1918∼1974)가 60년 전쯤 그린 ‘해변’(연도미상)이다.
검은 윤곽선 안에 담은 묵직하지만 감칠맛 나는 색은 작가의 장기. 그 무기로 민족정서 짙게 품고 사는 냄새 물씬 풍기는 ‘사람’ ‘풍경’을 잇달아 세상에 내놨다. ‘해변’은 100호 규모로도 시선을 끈다. 당시로선, 또 작가로서도 드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