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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굳이 타이틀을 붙이자면 ‘헌옷작가’라 할 거다. 누군가에게서 버림받은 옷가지를 데려다가 이제껏 그들의 생애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와 역할을 부여한다. 검은 옷걸이에 매달린 화려한 저 팬츠 ‘갓 스트레스 유’(God Stress You·2020)도 그렇게 탄생했다. 여러 벌의 헌바지를 탈색하고 염색하고 자르고 붙여 ‘작품’으로 걸었다. 이 비범한 존재는 이름도 가졌나 보다. ‘프랑켄슈타인의 여름’(Frankenstein’s Summer)이라고 옷걸이에 새겨뒀다.
작가 김윤아 얘기다. 의류수거함에서 삐져나온 셔츠의 소맷부리를 ‘발단’ 삼아, 차라리 산이라 부를 헌옷스토리를 쌓았더랬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늘 벌어지는 ‘효용 중단, 용도 폐기’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시각화한 거다.
결국 옷걸이에 걸린 게 옷만은 아니란 얘기지 싶다. 우리가 똑바로 봐야 할 게 뭔지를, 제대로 ‘걸어뒀다’.
15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경인로 스페이스나인서 여는 개인전 ‘갓 스트레스 유’에서 볼 수 있다. 탈색·염색한 헌옷, 제작한 나무옷걸이. 가변설치. 작가 소장. 스페이스나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