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산업 위기를 기회로…코로나블루·밀레니얼·생활밀착에 주목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 리포트①이훈 한양대 교수
안전한 자연 환경형 관광상품, 코로나 블루 대안으로
여행의 질 우선…밀레니얼·소규모 여행추세 반영해야
청결·위생 안전인증, 식문화 변화·혼잡예보제 운영 대안
  • 등록 2020-07-17 오전 5:19:00

    수정 2020-07-17 오전 5:19:00

[이훈 한양대학교 관광학과 교수]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예기치 못한 위기에 직면하는 사건을 `블랙스완`에 비유했다. 코로나19 팬더믹도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블랙스완이었다. 특히 일반적인 감염병 위기는 3~4개월이 지나면서 해결 되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우리 생애에서 세계적 규모로 전염병이 동시에 대유행하는 상태인 팬더믹은 다른 위기와는 확연히 다른 재난이다. 아직도 언제 끝날지, 언제까지 이어질지 의학분야 전문가들조차 서로 다른 예측을 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인류의 삶에서 코로나 19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여러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견은 일치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한국을 비롯한 14개국의 EU입국을 허용한 1일 인천국제공항 인근 조형물 위로 비행기가 이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태평양 관광기구(PATA)는 관광 위기를 14가지로 유형화하고 있다. 그 중 건강 유형 속에 유행병과 팬더믹을 포함하고 있다. 위기는 개인·집단·공동체 등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안정하고 위험한 상황을 야기하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의미한다. 현재 코로나19는 위기를 거쳐 재난 상황으로 다가오고 있다. 문제는 팬더믹에 의한 전 세계적 현상은 항공을 비롯한 교통과 관광인프라와 서비스 전체를 멈추게 하고 있고, 관광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는 위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는 한국 관광산업 생태계의 약한 고리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우선 산업별 위기 대책 마련이 부족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위기관리는 산업별 특성에 따라 대안도 차별화해야 하는데, 산업별 위기 관리 메뉴얼이 부족했다. 개별산업의 유동자금과 보험 등 기업 유지를 위한 제도적 준비도 부족했다. 대부분 중소규모의 기업체들이라 유동자금이 부족하지만 그 특성에 맞는 사회적 경제 상호부조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했다.

혁신적 신기술을 적용하는 속도도 느렸다. 해외 OTA(온라인 기반 여행사)의 플랫폼 비지니스 등이 빠르게 확산해 대세를 형성하는 동안에도 재래식 비지니스와 국내시장에 한정된 마켓 중심으로 움직였다. 그동안 가격 경쟁으로 매출규모만 늘리려고 했을 뿐 기술 활용을 통한 산업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한국 관광산업도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상대적으로 투명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낸 K-방역시스템은 한국에 대한 신뢰감을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국경을 봉쇄하지 않은 채 외국인 방문객도 보호하는 개방적 방역을 수행한 데 주목해야 한다. 이는 한국 여행은 보호 받을 수 있다는 국제적인 신뢰감과 믿음을 형성했고 코로나19 속에서 국제여행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새로운 전성기를 맞을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관광산업에서는 세 가지 전략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코로나 블루(blue)에 주목하라. 오랫동안 지속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권태로움과 우울함을 극복하기 위한 상품이 필요하다. 기분 전환과 자연자원 중심 아웃도어 관광을 찾는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주위회복이론에서는 자연이 주는 소프트한 자극이 사람들을 회복시켜준다고 한다. 코로나19가 지속하는 과정에서 안전한 관광을 실천하면서도 우울함과 권태를 극복할 수 있는 자연 환경형 관광상품과 기회 제공이 필요하다.

인천시 남동구 한 캠핑장에서 시민들이 야영을 즐기고 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둘째, 새로운 표적 시장을 정해야 한다. 여행업계 전문가들은 밀레니얼세대(1981~1995년생)와 Z세대(1996~2012년생)가 여행산업 회복에 핵심이 될 것으로 본다. 실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트레블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세대는 휴일 동안 48%가 여행한 데 비해 X세대와 베이비부머는 각각 22%와 27%에 그쳤다. 밀레니얼세대가 주목받는 것은 상대적으로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적고 디지털 유목민으로 불릴 만큼 비대면 사회 변화에 적응력이 빠르기 때문. 또 다른 표적 시장은 소규모 친밀집단이다. 코로나19는 무작위 단체와의 만남보다는 가족이나 친한 지인과 작은 집단여행을 선호하게 할 것이다. 외부위험은 여행 행위에서도 믿을 수 있는 관계에 더 의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셋째,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해야 한다. 유명한 관광지도 좋지만 사소한 일상 자원이 관광 매력이 되는 생활관광이 뜨고 있다. 이미 TV에도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를 비롯해 ‘유재석의 유퀴즈 온더 블록’ 등 일상에서 만나는 소소한 매력이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 골목길, 동네식당, 작은 카페 등을 사진 찍고 즐기는 생활밀착형 관광 활동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 퍼스널라이제이션(Personalization)이 관광에도 부각될 전망이다. 개인 맞춤형 여행사인 트레블메이커는 철저히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여행을 현지 전문가가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액티비티 전문가, 인생샷을 남겨주는 스냅 전문가 등을 통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여행 경험을 홍보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활용은 여행분야의 퍼스널라이제이션 상품을 더 강화할 것이다. 아울러 품질관광과 럭셔리관광의 가능성도 커졌다. 소비자는 비용보다 품질을 우선시할 것이다. 가성비보다는 가격이 높더라도 믿을 만하고 만족스러운 상품을 사려 할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3일 여행에 100만원이 넘는 상품들이 나오고 있는 것도 달라진 분위기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정책 차원에서도 코로나19 이후 변화에 주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안전위생 관광을 위한 제도 구축이 필요하다. 관광 숙박과 음식점의 방역상태와 관광지의 바이러스 프리구역 같이 위생과 청결 등 안전을 입증하는 인증제가 필요하다. 음식문화도 변화해야 한다. 여러 숟가락으로 하나의 찌개를 먹는 습관에서 개별식기를 사용하는 식문화로 전환해야 한다. 관광지의 밀집을 방지하기 위한 혼잡관리와 혼잡예보 체계의 구축도 요구된다.

지속가능한 관광산업 생태계를 위해 양적 관광에서 질적 관광으로 혁신할 필요가 있다. 또 데이터에 기반을 둔 경영방식과 기술이 결합한 공급체계와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업별 촘촘한 위기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관광산업진흥 전담조직을 마련해 혁신 산업생태계를 활성화하는 포괄적 지원도 필요하다.

텔레브는 `블랙스완`을 대처하는 방안으로 `안티프레질`이라는 개념도 제시한다. 위험한 변수가 생길 때 더 단단해지는 현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바람은 촛불을 끄기도 하지만 모닥불을 키우기도 한다. 가지치기하는 것이 결국 나무가 더 크고 견고히 성장하게 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는 우리 관광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지만 보완할 기회도 줬다. 인류에게 여행의 종말은 오지 않을 것이다. 이동을 전제로 변화를 추구하는 인간의 내재적 욕구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얻은 아픈 교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미래 한국 관광은 더 약해질 수도 강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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