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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 제품 등 인기 있는 상품을 비싸게 되팔 목적으로 구매하는 사람을 뜻하는 ‘리셀러(Reseller)’. 용돈 벌이나 취미 생활로 리셀을 즐기는 사람부터 대량으로 한정판 제품을 판매하고 거래하는 전문 사업자들까지 다양하다. 리셀 업계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무풍지대에 있는 시장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리셀러 4명의 입을 통해 리셀의 매력에서부터 노하우, 명(明)과 암(暗)까지 그들의 세계를 낱낱이 파헤쳐봤다.
“거래 한 번으로 수백에서 수천만원까지”…도박처럼 짜릿한 리셀의 마력
리셀러 대부분은 리셀의 가장 큰 매력을 주식, 로또보다 쉽고 확실한 ‘금전적 이익’이라고 답했다. 의류업계에 종사하는 A씨(30대·男)는 “프랑스의 명품 패션 브랜드 디올과 나이키가 역대급 콜래보레이션(협업)으로 선보일 ‘에어조던 디올(에어 디올)’은 발매가가 200만원인데 시장에 나오기도 전에 6000만원까지 뛰었다”면서 “디올이 연 2억 이상 쓴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해 구매 기회를 주는데 그 물량이 매우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돈이 아쉽지 않고 리셀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30배 비싼 가격에 되팔 수 있다면 혹하지 않겠나”고 답했다.
프랑스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B씨(20대·女)는 “처음엔 1년에 2~3번 한국에 들어갈 때 지인들에게 부탁을 받아서 명품 가방을 사다 주다가 용돈 벌이 이상으로 수익을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리셀을 통해 차익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리셀 세계에 관심이 많긴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는 ‘수집가’에 더 가까운 사람들이다. 중학생 때부터 나이키 조던 시리즈를 모으기 시작했다는 회사원 C씨(30대·男)는 “정말 갖고 싶던 조던 ‘강백호 신발’의 추첨에 당첨되기 위해서 가족·친구·지인 등까지 총 8명의 아이디를 통해 드로우(Draw·제비뽑기)나 래플(Raffle·추첨복권)에 응모한 적이 있다”면서 “워낙 신발이 많다보니 필요 없는 물건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팔 때는 오히려 정가보다 손해 보고 팔기도 한다”고 했다.
이렇게 다양한 이유로 리셀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한정판 상품을 원하는 수요가 늘고 관련 시장이 매년 성장하고 있다. 레드오션으로 보이지만 ‘돈이 되는’ 일이다 보니 사람들이 몰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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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정식 발매도 되지 않아 커뮤니티나 리셀 플랫폼 등에서 구할 수조차 없는 한정판 상품을 가장 먼저 판매하는 소위 ‘톱 리셀러’들이 있다. 이들은 일반 리셀러들처럼 구매권 당첨을 위해 줄을 서거나 온라인 추첨에 기대지 않는다. 당장 물건이 확보되어야만 사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전 세계로 출장을 다니면서 중간 유통망 상인들을 거래처로 만들어 놓는다.
A씨는 “암암리에 이루어지긴 하지만 브랜드와 직접적인 커넥션이 있는 경우(브랜드에서 한정판 제품을 미리 보내주는 것)도 있다고 한다”면서 “대부분은 해당 브랜드 본사에 도매가로 사서 소매가로 2차 판매를 하는 중간 유통업자들을 거래처로 뚫어 놓고 팔리지 않는 재고를 처리해 주는 대신 한정판 제품의 우선 공급을 약속받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청담동에서 전문 리셀숍을 운영하고 있다는 D씨는 “전 세계 리셀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중국인들이다. 한국에 놀러 오는 중국인 큰 손 관광객들을 주요 타깃으로 리셀 매장을 차렸다”며 “해외 거래처에서 직접 물건을 가져오기 때문에 한국 연예인들도 많이 방문할 만큼 100% 정품을 보장한다”고 했다.
대학생 때부터 리셀러로 활동했다는 D씨(20대·男)는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카와이 레너드(29·LA 클리퍼스)가 지난해 나이키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뉴발란스 모델이 된다는 소식이 들리자 마지막 협업 상품으로 불리던 에어 조던33의 가격이 급상승했다”면서 “원래 발매가 20만원인데 카와이 레너드의 이야기가 더해지자 최대 180만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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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법칙을 이용할 줄 아는 영민한 판매자, 혹은 불로소득의 아이콘 등 리셀러를 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지난 2017년 고작 16세의 나이로 백만장자가 돼 화제가 됐던 미국의 리셀러 ‘벤자민 카펠루쉬닉(별명 벤자민킥즈)’처럼 유명 연예인과의 거래를 공개적으로 자랑하기도 하고 직업이 리셀러라고 당당히 밝히는 사람도 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자신이 리셀러임을 숨기는 ‘샤이 리셀러’들이 많다. 리셀러들은 자신들을 새로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이야기 하면서도 과도한 독점 경쟁이나 불법적인 수단을 이용하는 행태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D씨는 “솔직히 국내는 해외보다 리셀에 대한 잣대가 엄격하다. 정가가 아닌 웃돈을 주고 상품을 거래한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남아 있는 편”이라면서도 “세금 문제 등 사업의 투명성 부분에서는 떳떳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리셀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공정하게 노력해서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려는 일반 소비자들을 방해하는 수준으로, 편법을 쓰는 관행은 없어져야 리셀 시장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면서 “외국처럼 리셀러가 하나의 정식 직업으로 인정받으려면 그에 맞는 법적, 제도적 시스템도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