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만에 뉴욕증시 멈춰 세운 코로나19…다우, 2000P 대폭락

[뉴욕증시]문 열자마자 7% 대폭락…서킷브레이커 발동
WSJ "1997년 10월 '피의 월요일' 이후 23년만 처음"
코로나19 공포 지속 속…석유전쟁에 유가 24% 대폭락
백악관, 내일 월가 경영진 회의 등 긴박한 움직임
  • 등록 2020-03-10 오전 6:32:08

    수정 2020-03-10 오후 10:25:27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뉴욕증시가 기록적인 대폭락을 연출했다. 코로나19 확산 공포와 이로 인해 촉발된 국제유가의 폭락이라는 ‘쌍끌이’ 악재가 뉴욕증시 3대 지수에 직격탄을 날리면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9일(현지시간)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013.76포인트(7.79%) 추락한 2만3851.02에 거래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러한 하락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이후 최대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각각 225.81포인트(7.60%)와 624.94포인트(7.29%) 주저앉은 2746.56과 7950.68에 장을 마감했다.

증시는 시작부터 속절없이 무너졌다.

S&P 500지수가 이날 오전 9시30분 개장과 함께 폭락하더니 약 4분 만에 거래가 중단됐다. 주가가 과도하게 등락하는 경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탓이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킷브레이커 발동으로 거래가 멈춘 건 1997년 10월 이른바 ‘피의 월요일’ 이후 약 23년만에 처음”이라고 썼다.

시장에선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공포가 그 어느 때보다 팽배했다. 미 존스홉킨스 대학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자는 56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6일 밤 기준 300명 수준이었던 데서 거의 2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사망자는 22명이었다. 금융 중심지인 뉴욕주(州)에선 감염자 100명을 돌파, 워싱턴주(137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감염자를 보유한 주가 됐다.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공조체제’ 균열에 이어 ‘유가 전쟁’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커진 점도 악재였다.

지난주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 14개국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연합체인 OPEC+(OPEC 플러스)는 지난 6일 코로나19에 대응하고자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 추가 감산은 물론 이달 말 종료 예정인 기존 감산합의 연장 여부에 대해 논의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이에 사우디는 4월 인도분 아랍 경질유의 가격을 낮추는 한편, 내달부터 증산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를 다시 협상 테이블로 다시 불러내는 동시에, 유가 폭락을 감수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실제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24.6%(10.15달러) 미끄러진 3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30달러 선을 겨우 지켰다. 이러한 낙폭은 일일 기준으로 1991년 걸프전 당시 이후 최대치다. 앞서 WTI는 지난 6일에도 10.1% 폭락한 바 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 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23.83%(10.79달러) 급락한 34.48달러에 거래 중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사우디의 OPEC과 러시아는 명백하게 ‘유가전쟁’을 시작했다”며 오는 2분기·3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을 30달러로 하향 조정했으며, 20달러대까지 밀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상황이 심각하게 전개되자, 미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은 유동성 공급을 강화하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하루짜리(오버나이트)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거래 한도를 오는 12일까지 기존 1000억달러에서 1500억 달러로 확대한다고 밝힌 것이다. 기간물 레포 한도도 기존 200억달러 수준에서 450억달러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레포 거래를 줄여나가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선 것이다. 뉴욕 연은은 “(은행들의) 준비금이 충분히 유지되고 정책 시행에 역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융시장에 대한 압박을 완화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했다. 서킷브레이커 이후 15분 만인 이날 오전 9시49분께 뉴욕증시는 다시 개장했지만, 3대 지수는 끝내 7%대의 폭락장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백악관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백악관 고문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급 병가, 중소기업 긴급 자금지원 등 정책 변경 목록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목록엔 여행·관광·서비스업 등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산업에 대해 “세금 유예·현금 투입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WP는 전망했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은 “백악관 참모들은 오후 늦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기부양 대책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또 내일(11일) 코로나19와 유가 폭락이 불러온 증시폭락에 대응하고자 월가 경영진들을 불러 회의를 열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 가능성도 크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꼽아온 증시호황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꼴을 두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유가의 흐름을 놓고 다투고 있다”며 “이것과 가짜뉴스가 주가 급락의 이유”라고 썼다. 증시폭락의 책임을 가짜뉴스와 유가 탓으로 돌리는 동시에, 시장 달래기에 나선 셈이다. 특히 코로나19 공포와 관련, “어느 것도 폐쇄되지 않고, 삶과 경제는 상승하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고, 유가급락에 대해서도 “휘발유 가격이 내려간다. 이는 소비자에겐 좋은 일”이라며 되레, 미국민들에 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전자산으로의 회피는 더욱 뚜렷해졌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0.3%대로 수직 하락했고, 30년물 금리도 한때 1%를 밑돌았다. 월가(街)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29.85% 급등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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