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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전라도 음식은 맛있기로 유명하다. 광주의 전통시장에서 직접 키운 채소로 좌판을 벌인 할머니들과 펄펄 뛰는 숭어를 파는 노점을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남도의 너른 들과 깊은 바다에서 갓 나온 식재료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광주의 대표시장 ‘말바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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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바우시장의 명물은 ‘할머니 골목’이다. 시멘트 벽 사이 좁은 골목에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앉아 채소와 나물을 판다. 소박하게 차려놓은 채소를 보면 이 정도 팔아서 차비나 될까 싶지만, 할머니들은 장에 나오는 자체가 큰 의미다. 나물을 팔아 미장원에 가야 한다는 할머니, 건강을 위해 나온다는 할머니,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며 놀러 나온다는 할머니까지 길지 않은 골목에 가래떡처럼 긴 이야기가 담겼다.
‘말바우’라는 정감 넘치는 이름에는 두 가지 유래가 있다. 아이들이 말타기하던 바위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 조선 시대 김덕령 장군의 용맹한 말 발자국이 새겨진 바위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이다. 바우는 바위의 전라도 사투리다. 도로를 넓히면서 바위는 사라졌지만, 말바우시장은 광주 시민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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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송정역에 KTX가 서면서 인기가 높아진 시장이 광산구 송정동에 있는 송정5일시장이다. 끝자리 3, 8일에 열리는 송정5일시장은 영광 굴비를 비롯해 목포 낙지, 벌교 꼬막 등 질 좋은 해산물이 풍성하다. 목포, 나주, 영광 등 전남 서남부 지역에서 올라온 신선한 채소도 수북이 쌓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눈발이 휘날리는 겨울에도 카트를 끌고 이곳을 찾는다.
송정5일시장에는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대장간도 있다. 40년째 쇠를 달구는 우진대장간에서는 낫을 비롯해 각종 농기구를 주문·제작한다. 대장간은 장날에 문을 연다.
송정5일시장은 한국적이면서도 국제적이다.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평동산업단지가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에 있어 베트남이나 캄보디아에서 온 주부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시장 근처에 자리 잡은 캄보디아와 태국, 중국 음식점에서 팟타이나 양고기꼬치, 똠얌꿍 같은 이색 음식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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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통을 자랑하는 통닭골목 ‘양동시장’
광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으로 양동시장이 있다. 1910년대에 시작된 양동시장은 과거 광주 사람에게 ‘백화점’이었다. 대형 백화점에 밀려 그때의 명성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먹거리부터 옷, 생활용품까지 일상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시장이다. 새벽에 채소 경매가 열리고, 낮에는 도매상과 소매상이 함께 물건을 판매한다. 양동복개상가에는 혼수품과 가구, 신발을 판매하는 점포 680여 개가 운영된다. 양동시장의 명물 중 하나가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통닭이다. 과거 ‘닭전머리’라고 불리던 골목에 ‘양동통닭’과 ‘수일통닭’이 마주 보고 있다. 양동통닭은 튀김옷이 얇아 바삭한 것이 특징이다. 어질게 살라는 뜻이 있는 양동시장은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곳이다. 광주역과 가까워 5·18민주화운동 때 역사의 현장을 지켜본 상인들은 시민군에게 주먹밥을 싸주며 힘을 보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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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장으로 다시 살아난 ‘대동시장’
양동시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인 대인시장은 5·18민주화운동 때 대동 정신을 보여준 곳이다. 광주를 대표하던 대인시장은 시청과 도청, 터미널이 이전하면서 점포가 반 이상 문을 닫아 위기를 맞았다. 2008년 광주비엔날레 ‘복덕방프로젝트’를 통해 대인예술시장프로젝트가 가동되면서 대인시장에 관심이 되살아났다. 이후 한평갤러리, 메이커스 스튜디오 등 시장에 문화 공간이 생겼다. 이와 함께 ‘별장’이라는 야시장 프로젝트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광주의 문화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대인시장은 상설 시장이라 언제나 장을 볼 수 있지만, 그 모습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야시장이 열리는 날짜를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