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실패보고서]①사면초가 몰린 식약처

직원은 3주 넘게 매일 야근인데
처장은 하루 멀다하고 말실수
시스템 갖췄다 하지만 구멍 숭숭
미봉책으로 불안감만 심어줘
"정보 적극적으로 공개해 오해 소지 없애야"
  • 등록 2017-08-28 오전 6:00:00

    수정 2017-08-28 오전 6:00:00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 자리잡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 부서에 20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신모(48) 과장. 요즘 다리 뻗고 편하게 잠을 자 본지 3주가 넘었다. 가족이 있는 서울은 언감생심이고 새벽에 잠깐 관사에 가서 옷만 갈아입고 다시 출근한다. 신 과장은 이달 초 살충제 계란 파동이 불거지면서 관련 TF팀에 차출됐다. 각 시군, 지방청에서 올라오는 상황보고를 정리·집계해 취약지를 파악, 검사인력을 재배치하고 인력과 검사장비를 지원한다. 신 과장은 “그나마 10여년 전 식품안전사고가 일어난 후 나름대로 매뉴얼을 강화해 예전과 같은 우왕좌왕하는 일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신 과장처럼 대다수 식약처 직원들이 나름 고생을 하고는 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사면초가다. 직원들은 밤낮 고생하는데 수장인 식약처장은 하루가 멀다하고 말실수를 이어가며 국민 불안조장에 앞장서고 있다. 국회에서는 한달 밖에 안된 처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살충제 계란, 휘발성유기화합물 생리대 파동 과정에서 식약처는 국민을 안심시키기는커녕 불안감을 더욱 조장하는 장본인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생리대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을 때 식약처는 “생리대의 휘발성유기화합물을 조사하는 나라는 없다”, “현행 기준에 적합하다”, “유럽은 일반 공산품으로 관리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나마 의약외품으로 깐깐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혼란을 자초하다 여론의 뭇매가 이어지자 3일만에 적극 조사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전문가들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문제는 계속 벌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태부족인 인력이 문제다. 식약처 전체 인력 1700여명 중 식품안전을 담당하는 인력은 약 360명. 그나마 생리대 같은 의약외품을 전담하는 바이오생약국 의약외품정책과는 11명뿐이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일선 업체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감독은 엄두도 못 내고 각 시군이나 지방 식약청에 의존한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생기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게 일상화됐다. 살충제 계란 파동이 벌어지자 한 식약처 관계자는 “일선 시도에서 잘 하고 있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기점검 때 매번 같은 공무원이 와서 서류만 훑어보고 사장과 식사를 하러 나가는 일이 여전하다”고 귀띔했다.

콘트롤타워 부재도 식약처가 제구실을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예컨대 살충제 계란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휘발물질 생리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조를 해야 한다. 조직이 작고 처장이 수장을 맡고 있는 식약처가 농림부와 산업부를 통솔하기에는 역부족일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각 부처로 책임소재가 쪼개져 있어 일관된 관리감독이 소홀하다보니 제2, 제3의 살충제 계란파동은 언제든 터질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국민 건강과 관련한 안전사고가 일어나면 식약처를 비롯한 정부당국이 ‘미량이라 인체에 해가 없다’ ‘기준이 없다’ 등 미봉책으로 일관하다 사태를 키운 적이 많았다”며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다 더 큰 혼란으로 확대되는 것을 수차례 겪다 보니 불신감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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