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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찬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 변호사]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기사(碁師) 알파고의 대결은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비롯된 AI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다. 인간 대표선수 이세돌 9단은 참담한 패배를 맛보았다. 신의 한수를 찾아내 이겼다는 한판도 알파고가 일부러 져 준 동정패였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쇼크였다. 인간의 고뇌와 집념, 열정을 보여준 아름다운 패배였다는 위안은 그 쇼크를 덮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쇼크 뒤에는 AI의 미래상에 대한 기대와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AI에 대한 관심은 법조계도 예외가 아니다. 그 중에는 ‘AI 판사’ ‘AI 변호사’가 인간 법조인을 대체할 것인가 하는 흥미로운 문제도 있다. 대체가 가능하다면 판사, 검사, 변호사 등 인간 법조인은 대량 실직을 면치 못할 것이다. 변호사의 일부 영역은 이미 AI가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해 5월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변호사 로스(Ross)가 미국로펌 베이커 앤드 호스테틀러에 채용되어 파산 전문 변호사의 보조 역할을 하고 있다. IBM 인공지능 왓슨과 연계된 로스는 1초에 80조번 연산을 하고 책 100만 권 분량의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자체 심층학습을 한다고 알려졌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런던대 등이 유럽인권재판소의 인권침해 사건 584건에 관한 실제 기록과 증거를 토대로 한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개발한 인공지능 판사는 유럽인권재판소의 실제 판단과 79% 일치하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기업법무협회는 최근 ‘제4차 산업혁명과 법률가의 역할 및 도전’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한계는 어디인지, AI에게 권리 능력을 인정할 수 있을지가 논의 주제였다. AI에게 권리 능력을 부여한다는 것은 인공지능을 법적으로 사람으로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법적으로 사람(人)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태어나면서 사람인 자연인(自然人)과 법이 만든 사람 즉 법인(法人)이 그것이다. AI 판사는 자연인도 법인도 아니다. AI 판사가 권리능력을 부여받으면 법상 새로운 유형의 사람이 만들어질 것이다.
인간 판사가 AI 판사에 대체되지 않으려면 사람됨에 기반한 재판이어야 한다. 소통, 공감, 사회적 합의, 지적인 겸손함 등이 사람됨의 속성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