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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가능한 재소환 없이 조사를 마쳐야 하는 검찰 입장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의 티타임은 말 한마디도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중요한 자리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사 검사가 피조사자 가운데 거물급 인사를 조사 직전 면담을 하는 것은 관행이다. 흔히 정치인, 재벌급 경제사범, 차관급 이상 공직자 정도가 대상이다. 수사에 핵심 키를 쥔 인물에 대한 면담도 이뤄지곤 한다.
이때 차를 곁들인다고 해서 흔히 ‘티타임(tea time)’이라고 한다. 수사팀 규모와 피조사자의 위치에 따라서 검찰측 면담자가 정해진다. 대개 수사팀의 장(長)이 나서거나 적어도 실무 책임자가 맡는다. 이번에 이영렬 본부장(서울중앙지검장)이나 노승권 1차장이 박 전 대통령을 맞을 수 있다. 다만 이날까지 특수본 관계자는 “(이 본부장이 박 전 대통령을 면담할지) 확정되지 않았다”며 “조사 당일 아침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검 중앙수사부 조사 당시 안강민·이인규 중수부장과 티타임을 가졌다.
박 전 대통령은 파면 당하기는 했지만 전직 국가원수였다는 점을 고려한 예우 차원이다. 차를 마시면서 나누는 대화는 가벼운 주제가 보통이다. 일반적으로 변호인도 배석하지 않는 비공식 성격이라서 조서에도 담지 않는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티타임은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점이다.
특수수사 경력이 많은 한 부장검사는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로 소환한 정치인을 면담하고 반응을 살펴서 수사 검사에게 포인트를 짚어준 적 있다”며 “수사방향을 잡는 데 티타임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다만 티타임이 늘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특검조사를 마친 김기춘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을 면담하고 “되도록 한 번에 끝내자”고 했고, 그러자 김 전 실장은 투병하는 부인과 아들 얘기를 꺼내면서 마음을 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김 전 실장은 특검수사에 이의신청을 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곽규택 변호사는 “티타임은 검사가 수사 협조를 부탁하는 정도의 자리”라며 “박 전 대통령의 티타임에서도 크게 의미 있는 대화가 오가지는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