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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플랫폼의 독과점에 대해 ‘법제화’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나마 유일하게 안방 시장을 지키는 네이버·카카오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국내 미디어 플랫폼 시장은 넷플릭스에 내줬고, 클라우드 플랫폼 시장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차지했는데, 인터넷검색과 소셜미디어(SNS)에서 글로벌 빅테크를 물리친 우리 기업들을 정치권이 앞장서 규제하려 하기 때문이죠.
기술 부처인 과기정통부와도 시각차
이런 태도는 정부 내 기술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시각과도 차이가 납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달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법으로 ‘이렇게 하면 안 돼’ 식으로 가면 외국 플랫폼 업체는 자율성을 갖고 발전하는데 국내 플랫폼 업체가 위축될 수 있고, 그러면 소용없다”며 “일단 (우리 플랫폼 업체를) 잘 키워내는 게 중요하고, 그 과정에서 자율 규제가 굉장히 유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국내 플랫폼 업체들은 잘하고 있는 편”이라고도 했죠.
공정위가 디지털 경제 시대에 맞춰, 경쟁법의 시각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경쟁 당국으로서 할 일을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플랫폼에서 1등을 하는 자국 기업이 하나도 없는 EU의 디지털 시장법(DMA)을 사례로 삼는 것은 지극히 우려스럽습니다.
EU가 구글, 메타, 아마존 같은 미국 빅테크들을 규제하기 위해 만든 DMA를 국내 시장에 그대로 이식하면 부메랑은 네이버·카카오만 맞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초거대AI 경쟁 숨 가쁜데
바로 지난해 11월 챗GPT 출시 이후 급하게 돌아가는 ‘글로벌 초거대(LLM· Large Language Model) 인공지능(AI)’ 경쟁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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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IT 혁명으로 꼽히는 초거대AI 경쟁에서 한국 기업만 뒤질 수 있습니다.
챗GPT는 2022년 11월 공개된 뒤 5일 만에 100만 사용자, 2개월 만에 월 사용자 1억 명을 달성한 위대한 서비스입니다. 스타트업인 오픈AI의 챗GPT출시이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잇따라 신규 서비스를 발표하며 치열하게 전쟁을 벌이고 있죠.
심지어, 구글은 AI 챗봇 ‘바드(Bard)’를 세계 180개국에서 출시하면서, 영어를 제외한 언어로 한국어를 우선 지원한다고 발표해 이를 무기로 네이버를 넘어서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글로벌 검색 시장을 주도하는 구글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우리나라를 빼곤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검색엔진 점유율 1위죠.
우리나라에선 올해 4월 30일 기준 네이버 55.99%, 구글 34.03%(인터넷트렌드)입니다. 구글이 추격하고 있지만, 네이버가 1위죠. 여기에 네이버는 미국, 중국 기업들과 경쟁하며 초거대AI 모델을 자체 개발하는 몇 안 되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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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현행 공정거래법이나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런 행위를 규제하지 못하는 걸까요? 그렇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구글과 애플의 자사 앱스토어에 입점했으면 우리 결제시스템만 써야 한다’는 인앱결제강제 행위에 대해선 현행법으로도 제재할 수 있습니다.
언어를 명령어로 하는 초거대AI는 새로운 플랫폼 시장을 열고 있다는 점도 기억했으면 합니다.
바로 ‘플러그인’ 서비스때문입니다. 이미 챗GPT나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챗GPT, 뤼튼테크놀로지스 등에선 이런 개념의 서비스를 내놓거나 준비하며, AI플랫폼으로 IT 생태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대화형식의 자연어로 명령하면, 초거대 생성AI(대화 UX플랫폼)가 의도를 파악한 뒤, 쇼핑앱이나 검색앱, 미디어앱, 개인자료앱, 예약앱 등에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보해 답을 해주는 모델입니다.
즉, 초거대AI 모델을 가진 기업이 지금으로 치면 일종의 인터넷 포털이 되는 셈이죠.
그런데, 이런 AI플랫폼화는 급속도로 진행 중입니다.
2023년 한국의 국회에서 현재의 플랫폼을 전제로 독과점 규제법을 만들어도, 이 법이 시행될 쯤엔 AI플랫폼이 대세일 수 있습니다. 정치권이 플랫폼 규제법을 만드는데 신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