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벌어지는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주로 청년층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자산과 소득, 일 활동과 관련 없이 무조건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 정의에 비춰보면 해외에서 논의되는 기본소득 정책과 다소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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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본소득 실험을 시행한 핀란드는 25~58세 사회보장급여 대상자, 네덜란드는 나이 제한 없이 사회보장수급자,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18~65세 빈곤층을 통해 보편성이라는 조건을 충족시켰다. 핀란드와 네덜란드는 유급고용에 대한 참여도를 높이고 사회보장에 대한 의존을 줄여 복지 수혜자들이 노동시장에 적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온타리오주는 빈곤 문제 개선의 관점에서 접근했다.
서울시와 경기도 성남시가 지난 2016년부터 청년수당과 청년배당을 각각 시행해오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가 지난해 청년기본소득을 도입했고, 최근에는 서울시에서 유일하게 야당에 속한 서초구까지 가세하면서 청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여야간 정책경쟁이 불붙고 있는 양상이다.
문제는 기본소득 논의가 청년기본소득에 함몰돼 다양한 정책 접근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복지 사각지대는 특정 연령이 집중적으로 노출될 가능성도 크지만, 소득 수준과 직업군에 따라 중층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청년은 복지 사각지대의 일부일 뿐 대표성을 가질 수 없는 한계가 명확한 만큼 도입 대상과 재원 확보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청년기본소득이 자칫 정쟁의 도구로 전락해 기본소득 논의 자체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여당표 대 야당표 청년기본소득 간 공방이 모든 기본소득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세 지자체 중 유일하게 정책 검증을 자처한 서초구의 경우 청년기본소득 실험의 마무리 시점이 공교롭게도 대선 시기와 맞물려 있어 정치권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