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이렇게라도 붙어보자"…신자경 '재결합-사회적 거리두기'

2020년 작
구부린 은수저에 기발한 상상력 얹어
전혀 다른 물건으로 재탄생시킨 작업
버림받은 물건에 대한 애잔함도 붙여
  • 등록 2020-08-27 오전 4:05:00

    수정 2020-08-27 오전 4:05:00

신자경 ‘재결합-사회적 거리두기’(사진=누크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이것은 어디에 쓰는 물건인가. 다리가 여럿 달린 곤충처럼 보이는데. 곧 비상할 듯 온몸을 힘껏 펼친 듯한데. 하지만 오래지 않아, 날기는커녕 한 발짝도 뗄 수 없는 ‘무늬만 곤충’이란 걸 알게 된다. 태생이 숟가락이니. 그럼에도 감탄이 절로 나오지 않는가. 유려하게 구부러진 몸체에 얹은 기막힌 상상력이라니.

작가 신자경(39)은 본래의 물건을 전혀 다른 용도의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한다. 크기를 재보고 형태를 의심하고, 과연 이 물건의 그 용도가 적절한가를 따져본다는 거다.

‘사물은 도대체 뭔가’란 고민에서 시작해, 이후 ‘그 사물을 만지는 손’에까지 관심을 키웠단다. “손의 만드는 행위 자체가 장식이 될 수 있을까” 하고. 여기에 한때 누군가에게 유용하게 쓰였다가 끝내 버림받은 물건에 대한 애잔함까지 붙여 세상에 다시 없을 독창적인 공예품을 만들어내는 거다.

‘재결합-사회적 거리두기’(Reunion-Social Distancing·2020)란 시의적절한 작품 역시 고민·관심·애잔함의 과정을 다 거쳤을 터. 낱낱이 떨어져 있지만 저들은 결국 한몸인 거다.

9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34길 누크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에서 볼 수 있다. 중고 800/000 은수저·금도금. 13.5×23㎝. 작가 소장. 누크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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