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지난해 5월 댓글조작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해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 편집을 없애고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도 빼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에 ‘기존 버전’과 ‘새 버전’을 한꺼번에 제공하는 ‘듀얼앱’으로 정책을 바꾼 것이다. 네이버가 은근슬쩍 다시 뉴스편집권을 가져가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동시에, 이용자 선택권을 보장하는 합리적인 조치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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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유력 대선후보까지 구속수감되는 사태로 이어지기까지, 네이버가 대한민국 인터넷 관문국으로서의 제역할을 다하고 사회와 충분히 소통했는지는 반성이 필요해 보인다.
첫 화면 개편 시기만 해도 네이버는 지난해 3분기부터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별다른 설명 없이 1년을 보냈다. 지난해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이 열린 31일에야, 올해 상반기까지 ‘듀얼앱’을 제공(iOS버전 2월, 안드로이드 버전 상반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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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형량이 낮은 ‘컴퓨터 장애 등 업무방해죄’가 적용됐음에도 드루킹 일당과 김경수 지사에게 중형이 선고된 것은 민주주의를 파괴했기 때문이다.
드루킹 일당이 같은 작업을 자동으로 반복하게 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동원해 왜곡한 댓글은 118만 8866개에 달한다. 이들은 총 7만 6083개의주요 포털 기사 댓글에 8840만 1214회의 공감·비공감을 부정 클릭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 지사의 행위는 단순한 포털서비스 업무방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건전한 여론 형성을 심각하게 저해했으며, 유권자들의 판단 과정에 개입해 정치적 결정을 왜곡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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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직접 발표한 대책 중 모바일 첫 화면 개편을 빼면 대부분 마무리됐다. 당시 △댓글 정렬 방식, 개별 언론사가 결정 △선거기간 댓글 최신순 배열 △매크로 공격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 체계 강화 △구글식 아웃링크 도입 적극 추진 △<뉴스판>, <뉴스피드판> 신설 △실시간 검색어 및 뉴스를 뺀 모바일 첫화면 개편을 약속했는데, 네이버의 댓글 정렬 방식은 바뀌었고 뉴스판도 만들어지는 등 대부분 이행됐다.
구글식 아웃링크 도입은 언론사의 협조를 구했으나 반대하는 언론사가 많아 대중화되진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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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조작방지 대책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실시간 검색어 및 뉴스를 뺀 모바일 첫 화면 개편은 진행 중이다.
시기는 원래 약속했던 지난해 3분기에서 늦어졌고, 방식 역시 바뀌었다. 네이버는 △모바일 앱 첫 화면에서 뉴스가 제외된 새 버전과 △뉴스·쇼핑이 포함된 기존 버전을 하나의 앱에서 쓸 수 있는 ‘듀얼앱’을 올해 상반기 안에 내놓기로 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31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사용자 요구를 반영하고 사용자 경험을 향상하기 위해 기존 버전과 새 버전을 하나의 앱 안에서 쓸 수 있도록 개발한 듀얼앱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최인혁 최고경영책임자(COO)는 “10년만의 개편이라 이용자 불편 최소화하는데 초점 맞춰 신규 앱으로의 전면적 전환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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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네이버 앱이 ‘듀얼앱’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앙일보는 <네이버는 어물쩍 뉴스 편집권 유지할 생각 마라>는 사설을 통해 네이버는 지난해 5월 뉴스 편집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는데 듀얼앱으로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보수성향의 언론단체인 미디어연대도 <댓글 조작 유죄 판결과 정권ㆍ포털의 치명적 책임>이란 성명을 내고, 김경수 지사가 유죄 선고를 받은 만큼 네이버도 그 부정에 동조 내지는 최소한 방조했다며 네이버는 뉴스편집 기능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댓글도 폐지하며 각 언론사 사이트로 넘기라고 촉구했다.
중앙일보 사설과 미디어연대 성명은 결은 다르지만 ‘모바일 첫 화면을 뉴스가 없는 한가지로만 바꾸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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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장에 공감 가는 부분도 있다. 네이버 첫 화면에 배열된 소수 기사에 3천만 명의 시선이 집중되는 구조가 댓글조작의 유혹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용자 선택권을 극대화한 ‘듀얼앱’ 정책을 지지한다. 인터넷 서비스를 하는 이유이자 목표인 이용자들의 평가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첫 화면에서 뉴스를 빼고 검색창만 남긴 새 버전(그린닷)의 베타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뉴스가 익숙한 중장년층은 이상하게 느끼고, 다양한 앱의 사용경험이 많은 젊은 층은 가볍다며 좋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정치권이든, 언론사든, 시민단체든 각자 주장을 펼 순 있지만, 기업의 서비스는 무엇보다 이용자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다. 네이버가 민주주의의 공론장 역할을 하는 인터넷의 여론조작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뉴스 없는 첫 화면을 제공하는 새 버전 사용자를 늘리는 마케팅을 강화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새 버전으로 유도하는 게 아니라, 이용자에게 새 버전만 쓰라고 강요하는 일은, 이용자의 선택권을 가로막는 일이다. 이는 득보다는 실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