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을 한다니 어쩔 수 있나요. 다른 일 찾아봐야죠.” (해고 통보를 받은 60대 경비원 A씨)
초고령사회 진입이 가시화하며 은퇴 이후에도 재취업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3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취업자 증가 폭이 36만여명을 기록하며 전 연령 증가세(32만7000명)를 이끌 정도다. 이데일리가 노동현장에서 만난 은퇴자들 역시 “아직 일을 할 수 있는 나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새벽 인력시장에 나와도 일감을 찾지 못 하고 발길을 돌려야 하는 사람이 많았고 대표적인 재취업 일자리로 꼽히는 경비의 경우 기술의 발달과 젊은 인력 선호 현상 등으로 절반 이상이 일자리를 잃는 아파트 단지도 수두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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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취업 시장의 문턱은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구조상 은퇴 인구가 빠르게 유입되는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070세대의 인구는 1176만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36만명 이상 늘었다. 내년부터는 40만명 안팎의 증가세가 이어지면 2030년엔 14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게 통계청의 전망이다. 여기에 조기 은퇴하는 50대까지 포함되면 재취업 시장은 가장 뜨거운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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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곳에 왔다고 모두에게 일할 기회를 주는 것도 아니다. 약 30명이 이날 인력시장을 찾았지만 5명은 일감을 받지 못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날 일을 못 구한 김모(60)씨는 줄곧 무역회사에 다니다가 지난해 은퇴했다. 노후를 보내면서 자식들을 결혼시킬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는 김씨는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3~4년이 남았는데 돈은 없고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처음에는 부끄러웠지만 막일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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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자영업에 나선 퇴직자 증가…“고물가·임대료 부담스러워”
창업 시장도 은퇴자들이 몰려드는 곳 중 하나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전국의 6070세대 사업자 수는 308만 9728명으로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5만9889명이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30대 미만 사업자 증가 숫자(1만 4901명)와 비교하면 무려 10배가 많은 수치다.
하지만 이 시장 역시 경쟁이 치열한 것은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 은퇴자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커피음료 업종의 경우 평균 사업 존속연수가 3년 2개월(국세청 기준, 2022년)에 불과하고 편의점도 5년 3개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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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줄이려 자동화 기계 도입…떠난 사람도, 남은 사람도 ‘막막’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들도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서울 서초구 선경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홍모(71)씨는 지난 연말 구조조정통보를 받았다. 홍씨가 속했던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가 지난해 9월 주민들에게 ‘경비 비용 절감 및 주차관리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차량번호 인식장치 등 무인 주차 관리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 결과 경비원 76명 중 홍씨를 비롯한 44명은 일자리를 잃었다.
서울 송파구의 아시아선수촌아파트도 관리비 절감을 위해 경비 사각지대에 폐쇄회로(CC)TV를 더 설치하는 대신 기존에 운영하던 경비 초소를 절반으로 줄이리고 했고, 지난 연말 경비원 52명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
지난달 29일 해고된 66세 경비원 A씨는 이날 “다른 초소에서 하던 일까지 한 곳에서 해야 하니까 휴식시간은 줄고 일은 더 늘어날 것이고, 떠난 사람만큼 남은 사람들도 힘들 것”이라며 “직장이 불안정하니까 경비원들은 항상 조마조마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노인 일자리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강성식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6070세대는 소득이 충분하지 않고, 노후준비가 안 돼 일터로 나오는 빈곤층이 많다”며 “정부가 이들을 사회복지정책으로 도와야 한다. 4대 보험 적용과 같은 (은퇴자들이 주로 취업하는)파트타임과 다른 일자리 사이의 복지 차이를 줄여서 나이에 따른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퇴직 후 연금만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해 재취업을 시도하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며 “은퇴자 보호를 위해 정부는 이제라도 연금 개혁과 정년 연장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