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시대, 회사 구내식당은 직장인들에게는 또 하나의 ‘복지’입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식사를 할 수 있어서입니다. “오늘 점심은 뭐 먹지?”라는 고민 없이 식당을 오가는 시간, 조리를 기다리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것도 강점입니다. 특색 있는 구내식당을 탐방해봅니다.[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어릴 적 꿈이 ‘떡볶이집 딸’, ‘돈까스집 아들’이었던 이들이 분명 있다. 떡볶이, 돈까스를 실컷 먹을 수 있을 거란 막연한 부러움에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외식업을 하는 회사 직원들의 식사가 궁금했다. 판매용 음식을 마음껏 먹을까, 그보다 더 맛있는 걸 먹을까 하는 궁금증. 역시 외식업 기업은 직원을 위한 구내식당에도 ‘다름’이 있었다.
| 서울 양평동의 본그룹 사옥에 있는 구내식당(사진=본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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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죽, 본도시락, 본설렁탕 브랜드로 유명한 본그룹은 서울 양평동에 사옥을 두고 있다. 이 사옥 8층에 자리한 구내식당은 본그룹이 운영하는 단체급식사업 브랜드인 ‘본우리집밥’의 1호점이다. 본그룹 직원 350여명은 물론 입주사 6곳 직원들도 이용한다.
이 식당에선 아침과 점심식사를 제공한다. 아침식사는 본그룹 직원은 무료, 입주사 직원은 4000원이다. 점심식사의 경우 본그룹 직원은 5000원, 입주사 직원은 7000원이며 화·목요일 추가되는 일품 메뉴는 1000원씩 더 내면 된다.
| 본그룹 구내식당의 아침식사 테이크아웃 메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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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는 아침부터 든든한 편이다. 지난 14일 찾은 이 식당의 아침식단엔 백미밥과 사골우거지해장국, 깐마늘지와 포기김치, 미트볼데리조림과 크로와상에 숭늉, 샐러드가 곁들여졌다. 삼각김밥, 빵, 훈제란과 영양바, 선식세트 등 테이크아웃 메뉴도 다양하다.
아침식사는 이렇듯 한식, 양식, 간편식 등 종류가 여럿이지만 점심은 한식에 집중한다. 본우리집밥의 ‘3.6.5’ 콘셉트에 따라 3가지 밥과 6가지 반찬, 5가지 영양소를 고루 갖춘 식사를 내놓는다.
특히 한국인의 기본상인 밥, 국, 김치에 공을 들인단 점이 인상 깊었다. 밥은 쌀밥, 현미밥, 영양밥으로 선택지를 주고 국은 직접 끓인 육수로 맛을 낸다고 한다. 국내산 고춧가루로 담근 여러 종류의 김치 맛에도 자부심이 있었다.
| 지난 14일 본그룹 구내식당의 점심식사 메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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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의 메뉴는 △가마솥 얼큰설렁탕 △잡곡밥 △모듬전 △삼색묵참나물무침 △백목이냉채 △총각김치. 마침 목요일이라 일품 메뉴로 △본나물비빔밥 △미소장국 △꽈리메추리알장조림 △고구마무스깨두부 △아이스홍시 △포기김치도 준비됐다. 정갈한 음식에선 조미료 맛이 나지 않았고 재료도 신선해 ‘집밥보다 맛있는 집밥’이라 할 만했다. 본우리집밥 관계자는 “가정에서 먹는 집밥 같은 정성이 담긴 건강한 식사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다”며 “제철식재료를 최대한 활용하고 냉동식품이나 가공육 사용은 최소화하면서 수제·직화 위주로 식사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러니 저절로 우러난 식탐에 양껏 음식을 퍼 담게 되는 건 당연지사다. 하지만 음식 장사를 하는 기업이니 음식 귀한 것도 누구보다 잘 안다. 회사는 때때로 ‘비움 캠페인’을 벌여 직원들이 다 먹지 못할 만큼의 음식을 담아 잔반을 남기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식판을 싹 비우면 이벤트에 응모할 수 있게 하고, 추첨을 통해 친환경 선물을 주는 식이다. 이날 점심식사 때에도 대나무 쟁반, 나무 수저, 에코백 등을 경품으로 한 비움 캠페인이 진행됐고, 꽤 많은 직원들이 이벤트에 응모했다. 그만큼 아깝게 버려지는 잔반도 줄었다.
| 본그룹 구내식당의 비움 이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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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이 내려다보이는 통창의 식당도 근사하지만, 같은 층에 위치한 직원 휴게공간들도 만족도가 높다. 식당 바로 옆엔 ‘침묵의 방’, 피트니스룸이 있다. 근무 시간 중에도 제한 없이 드나들 수 있는 곳들이다. ‘침묵의 방’은 휴식을 취하거나 잠깐 눈을 붙일 수 있는 곳으로, 찜질방 수면실 같은 공간이 몹시 부러웠다. 식후 단잠을 자기에 딱이다.
식당에서 몇 발자국 걸으면 탁 트인 야외정원으로도 나갈 수 있다. 식사 후 볕을 쬐면서 광합성하기 좋은 곳이다. 넝쿨마다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열렸을 포도나무, 장미 등이 자라고 있었다. 여름이면 더욱 아름다웠을텐데 겨울날에 찾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