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기쁨도 잠시. 지인은 세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꽤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세금을 세무서와 구청 두 곳으로부터 나누어 환급 받기, 세무서와 구청 간의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 환급가산금의 잘못된 계산 등등이 지인을 힘들게 했다.
이 중 가장 큰 스트레스는 세금을 한 번에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두 번에 나눠서 돌려받는 환급 절차였다. 지인은 자신이 모든 세금을 낸 곳은 세무서인데 왜 세무서에 낸 세금 일부를 구청으로부터 따로 돌려받아야 하는 지를 납득할 수 없었다.
우선 세무서·구청 2곳으로부터 세금을 돌려받는 이유를 설명하면, 지인이 받은 종합소득세 고지서에는 국세의 10%에 해당하는 지방소득세가 포함돼 있다. 국세는 세무서를 통해 국가에 귀속되며 지방소득세는 세무서를 통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구청에 귀속되므로, 국가와 구청은 자신들에게 귀속된 세금만 돌려주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와 같은 법과 제도 아래에서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보통 사람은 이 같은 방법으로 세금을 돌려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세금을 내는 보통 사람 입장에서는 소득세를 하나의 세금으로 생각하면서 세금을 내므로, 세금을 낸 곳으로부터 세금을 그대로 돌려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일반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당연히 “세금을 직접 받은 세무서(정확히 표현하면 국가)가 먼저 모든 세금을 돌려주고, 세무서가 지자체로부터 다시 받으면 되는 것이 아니냐?”라는 불만이 제기될 것이고 이러한 불만에 대해 사회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세금을 거둘 때는 한 곳에서 한 번에 거두고, 세금을 돌려 줄 때는 여러 곳에서 여러 번 나눠 돌려주는 건 전형적인 과세행정 편의주의라는 문제 제기 또한 있을 수 있는데, 이 역시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적어도 이런 문제 제기는 상식적인 선에서는 맞다고 본다.
어찌되었든 지인은 우여곡절 끝에 올해 5월 중순께 세무서로부터 국세를, 6월 중순엔 구청으로부터 지방세를 각각 환급받음으로써 지난 3년 동안 있었던 종합소득세 분쟁을 마무리했다. 지인은 과세행정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갖게 됐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세 과오납 환급금이 2016년 4조6543억원에서 2018년 7조4337억원으로 60% 가량 급증했다고 한다. 국가가 국민으로부터 잘못 받은 세금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으며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할 세금 역시 더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당연히 대부분 국세에는 지방세가 포함돼 있으므로(예를 들면 법인이 납부하는 법인세에도 개인이 납부하는 종합소득세와 마찬가지로 지방소득세가 포함돼 있다) 지자체도 세금을 돌려주는 일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세금을 환급 받는 국민이 겪게 되는 불편의 증가가 예상된다.
국가·지자체는 세금을 돌려 줄 때 소비자인 국민(납세자)의 입장에서 현재와 같은 환급 절차가 타당한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일반 기업이 고객에게 물건을 판매하면서 받은 대가를 현재와 같은 세금 환급 절차처럼 고객에게 불편을 주는 방법으로 돌려준다면 그 기업의 장래는 어두울 것이다.
국가·지자체가 세금을 거둘 때보다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세금을 돌려준다면 국민이 세금을 더욱 소중히 생각하고 세금을 자발적으로 납부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다. 이러한 사회 구성원의 인식 변화는 그 어떤 조세시스템보다도 효율적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징수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 국민으로부터 신뢰 받는 조세 행정은 작은 것부터, 국민들이 피부로 와 닿는 분야부터 진행돼야 한다.
☞전완규(全完圭)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31기 △법무법인(유) 화우 조세부그룹장 △대한변호사협회 세제위원회 위원 △한국국제조세협회(IFA Korea) 발전이사 △한국지방세연구원 법령해석지원센터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