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용익의 록코노믹스]록 콘서트 '규모의 경제' 가능케 한 스타디움

  • 등록 2018-08-18 오전 8:18:00

    수정 2018-08-18 오전 8:18:00

본 조비의 2018년 매디스 스퀘어 가든 공연 광고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매디슨 스퀘어 가든(MSG)은 아이스하키(NHL)와 농구(NBA) 경기가 열리는 대형 스타디움이다. 약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곳은 세계 최정상 뮤지션들의 공연장으로도 유명하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1972년 처음이자 마지막 뉴욕 공연을 MSG에서 했다. 레드 제플린(1973년), 키스(1977년) 등이 이곳에서 역사적인 콘서트를 가졌다. 1980년 괴한의 총에 맞아 사망한 비틀스의 존 레논이 마지막으로 오른 무대(1974년 엘튼 존 공연 찬조출연)도 이곳이었다.

영국 출신 엘튼 존은 지난 2007년 환갑 기념 공연을 MSG에서 열었다. 당시 그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연장”이라며 “나의 60번째 생일 공연 장소로 MSG를 선택한 것은 이곳에서 공연을 하면서 갖게 된 놀라운 추억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요커인 빌리 조엘은 “매디슨 스퀘어 가든은 우주의 중심”이라는 표현으로 뉴욕 최대 공연장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는 “MSG는 최고의 음향, 최고의 관객, 최고의 명성, 그리고 위대한 아티스트들이 공연을 한 최고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1968년 MSG가 완공되기 전에는 아무리 티켓 파워가 있는 뮤지션들이라도 뉴욕 시내에서 대형 공연을 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뉴욕뿐 아니라 로스앤젤레스(LA) 등 다른 대도시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른바 ‘아레나 록’으로 불리는 대형 공연이 가능해진 것은 1960년대 이후 프로 스포츠 경기의 인기와 함께 대형 경기장이 속속 세워진 덕분이다.

뉴욕에 MSG가 만들어지기 직전 1967년 캘리포니아 잉글우드에는 더 포럼이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1968년 크림이 딥퍼플과 함께 첫 공연을 한 데 이어 도어스, 지미 헨드릭스, 롤링 스톤스, 제퍼슨 에어플레인 등의 공연이 이어졌다.

이렇게 시작된 스타디움 공연은 록 음악에 ‘규모의 경제’를 불러왔다.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란 생산주체가 생산요소의 투입량을 증가시킴으로써 이익이 증가되는 현상을 뜻한다. 최근에는 대량생산의 이익, 시장참여자 수 증가에 따른 이익, 대규모 경영에 따른 관리비 절감의 이익 등을 포괄하는 일반적인 의미로 쓰인다.

실제로 공연 티켓 가격이 평균 5달러였던 1960년대 말 인기 밴드들은 클럽에서 공연을 하면 하루 750~1000달러, 중형 공연장에선 5000~1만달러를 벌었다. 하지만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하면서 수입은 하룻밤 7만5000~10만달러로 치솟았다. 록 스타들이 스포츠 업계에 큰 빚을 지고 있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물론 때마침 인기를 끌기 시작한 록 음악이 스포츠 경기장 운영에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공연 수입의 상당 부분은 경기장을 빌린 대가로 지불되기 때문이다. 운동 경기가 열리지 않는 날 콘서트를 유치해 연중무휴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은 경기장 운영업체 입장에서도 이익이다. MSG의 경우 전체 매출액 가운데 콘서트 등 엔터테인먼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스포츠 부문의 약 2배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디슨 스퀘어 가든 전경 (사진=매디슨 스퀘어 가든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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