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인간을 닮아갈 미래 인터넷

  • 등록 2018-05-15 오전 5:00:00

    수정 2018-05-15 오전 5:00:00

[김정호 KAIST 연구처장·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필자는 1994년에 처음으로 인터넷 웹 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Netscape)’를 만났다. 처음 회사 컴퓨터 화면으로 넷스케이프를 봤을 때 화면 구성이 화려하고 신기해서 ‘이게 도대체 무엇이지?’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다가올 인터넷 시대를 ‘이게 뭐지?’ 하는 생각으로 그렇게 맞이했다. 그 때 동시에 무선전화기인 ‘애니콜’이 시장에 나
왔다. 음성 통화만 할 수 있던 주먹만 한 핸드폰이었다. 그 때 세상을 혁신적으로 바꿀 인터넷과 무선전화를 동시에 경험했다.

1994년 12월 15일 처음 발매된 인터넷 웹 브라우저의 시초인 넷스케이프는 월드 와이드 웹의 태동기를 대표하는 웹 브라우저로 인터넷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제품이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공격적인 투자와 마케팅으로 인터넷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가 중심으로 대체되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강력한 탐색기 기능을 무기로 그리고 윈도우 끼워 팔기 전력으로 인터넷 웹 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해 간다. 그리고 넷스케이프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최근에는 구글이 개발한 ‘크롬(Chrome)’이 주로 사용된다. 이 웹 브라우저를 사용하면 빠른 속도로 놀라기도 한다. 이런 장점으로 빠르게 시장을 확대해 가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점점 더 생활 속에서 인터넷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정보의 검색 작업뿐만 아니라 문서의 작성, 자료 교환 등 대부분의 일이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2010년대 이후 와이파이(Wi-Fi) 무선 인터넷 통신 시설이 곳곳에 설치되고 또한 누구나 스마트폰을 갖게 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미팅도 인터넷으로 한다. 인터넷 화상 프로그래밍 ‘스카이프(Skype)’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때 인터넷으로 ‘유튜브(Youtube)’와 같은 방송 중계, 스포츠 중계, 드라마 영상을 본다. 또한 블록체인, 비트코인 거래 등 개인의 금융 생활도 인터넷에 구속되고 있다. 이제 비행기 안에서, 기차 안에서, 배 안에서,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한다. 미래에는 우주선 안에서도, 달나라에서도, 화성에서도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리라 예측한다.

그럼 다가올 미래의 인터넷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먼저 인간과 인터넷의 데이터 교환 방식에 변화가 올 것으로 본다. 지금은 데이터 입력 방식이 문자 중심이다. 스마트폰 화면에 글자를 입력한다. 현재 또 다른 방식은 사진이나 영상을 카메라로 찍어서 저장하거나 전송한다. 이 두 가지 방식 모두 인간이 직접 입력하거나 상당 부분 협조해야 한다.

미래에는 입력 방식이 음성 인식 위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이 음성을 알아들으면, 직접 손으로 터치하지 않아도, 눈으로 보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모바일 인터넷이 100여개 나라의 언어를 실시간 동시통역도 하게 된다. 통역하는 수준이 아니라 사람의 말귀도 알아 듣는다. 텔레파시나 뇌파를 이용해서 사람의 생각과 의도를 파악해 작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인터넷 웹 브라우저 플랫폼은 음성 인식 기능이 지금보다 훨씬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 세대의 인터넷은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 기능이 추가된 모바일 인터넷 웹 브라우저일 것으로 예측한다. 인간에 버금가는 지능을 지닌 스마트폰이 손안에 쥐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인터넷이 단순이 인간을 보조하던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사람의 기능까지 일정 부분 대신하게 된다. 자신과 똑같은 복제 인간이 인터넷에 생겨나는 것이다.

그런 시대가 오면 인간은 인터넷으로 복제된 인공지능 인간과 같이 태어나 함께 성장할지 모른다. 인간은 죽지만 인공 지능 인간은 영원히 인터넷에 살아 있게 된다. 나와 인터넷의 인공지능 자아가 분리되지 않은 채 말이다. 이렇게 되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터넷에 종속되고, 기억되고, 통제된다.

얼핏 보면 정보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이 자유를 얻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인터넷에 종속되고 소멸되는 비극을 맞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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