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 납품업체 대상 갑질 얼마나 개선됐나

공정위, 쿠팡·위메프·티몬 불공정거래 현장 조사 두 달여
정산방식 바꾸고, 판매자 페널티 제도 개선 등 업계 자정노력
  • 등록 2016-09-19 오전 6:00:00

    수정 2016-09-19 오전 6:33:09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납품업체 대표 A씨는 지난해 한 소셜커머스에 생활용품을 납품했지만 대금을 넉 달 뒤에, 그것도 70%만 받았다. 나머지 30%는 판매가 모두 종료되고 계약이 끝난 뒤에 그것도 두 번에 걸쳐 나눠 입금됐다. 소셜커머스 측은 반품이나 환불 위험이 있어 일부 대금의 지급을 미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납품업체 대표 B씨는 온라인 쇼핑몰의 독점 거래 제안을 거절했다가 각종 행사에서 제외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았다. 판매량은 당연히 급감했다.

납품업체 대표 C씨는 소셜커머스 업체에 구두 계약으로 물건을 납품했는데 판매량이 증가하자 업체 측에서 뒤늦게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추가 비용 지불 등을 요구해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소셜커머스 업체의 불공정거래 혐의를 포착하고 현장 조사에 나선지도 두 달여가 지났다. 지난해 국정 감사에서도 정산 지연, 불투명한 거래, 독점공급 요구, 거래 방식에 대한 일방적인 의사 결정, 협력사 부담 가중 등 소셜커머스 3사의 불공정행위가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이른바 소셜커머스의 갑질은 얼마나 개선됐을까.

대표적인 사례는 협력업체에 줘야할 대금을 늑장 지급하는 것이다.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연 매출 1000억원 이상 대규모 유통업자는 상품 판매대금을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40일 이내에 납품업자 등에 주도록 되어 있다. 40일을 넘길 경우 지연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현재 소설커머스 매출 상위 3개사 쿠팡, 위메프, 티몬 모두 지난해 매출규모가 1000억원 이상으로 모두 대규모유통업법의 적용을 받는다.

아직 공정위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이지만 자발적인 개선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대금정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 받은 위메프는 지난 4월부터 매월 마감 후 40일 이전에 대금을 모두 지급하는 구조로 정산제도를 바꿔 운영하고 있다. 이어 5월부터는 지난해 10월 이전까지 발생한 대금 지급 지연에 따른 이자도 모두 지급했다.

모든 계약은 반드시 서면으로, 공인인증서를 통해 진행될 수 있도록 계약 시스템도 개편했다. 판촉행사 역시 마찬가지로, 협력사와 사전에 행사 내용을 상세히 공유하고 협력사가 이를 확인하고 공인인증서로 승인을 해야만 행사 진행이 가능할 수 있도록 바꿨다.

쿠팡 판매자 카페에 올리온 배송지연·품절시 페널티제 폐지 공지문.
그런가 하면 쿠팡은 지난 5일 갑질 논란을 빚던 ‘판매자 페널티 제도’를 폐지한다고 공지했다. 판매자 페널티 제도는 입점 판매자가 배송을 제때 하지 못했을 경우 대금 정산시 일정 금액을 일방적으로 차감해 지급하던 제도로, 배송 지연을 막아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지만 판매자에게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측면에서 비난을 받아왔다. 쿠팡은 대신 기존 배송지연·품절 페널티를 판매자 평점으로 대체했는데 이를 바로 시행에 옮기지 않고 21일부터 적용한다고 유예기간을 뒀다. 이를 두고 최근 진행된 공정위 조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지만 쿠팡 측은 “판매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공정위 조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쿠팡 관계자는 “새로운 제도를 마련했을 때 이를 사전 공지해 이에 대한 판매자의 의견을 듣고 수정, 보완하는 과정을 거치는 등 판매자와의 소통을 강화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위메프도 별도 전담팀을 꾸려 협력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작년 6월부터 ‘파트너보이스’라는 협력사 전용 익명 게시판을 마련해 운영 중인데 접수된 의견은 3시간 내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인원 8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은 현재까지 7000건이 넘는 고충 상담건을 접수받아 처리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소셜커머스를 비롯한 이커머스 업계가 급속도로 성장하다보니 상생 노력 등 내실을 다지는 일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간 납품업체에 대한 불공정행위가 수차례 문제로 지적돼왔지만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었는데 뒤늦게라도 자정 노력을 보이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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