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중국 경제 최고 전문가중 한 명으로 꼽히는 폴 그룬왈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3일 자사 기관 고객들을 상대로 배포한 질의응답(Q&A) 보고서에서 “중국의 조치는 환율전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도 “중국 당국은 환율 체계를 바꾸는 개혁조치를 펼치면서도 부수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얻게 됐다”며 타이밍에 대해서는 일부 의심스러운 시각도 함께 제시했다.
다음은 그룬왈드 이코노미스트의 질의응답 전문이다.
-왜 전세계 시장이 이렇게 요란스러울까?
△인민은행의 행보는 시장을 놀라게 했다. 기본적으로 시장은 서프라이즈를 싫어한다. 게다가 중국 경제 상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인해 인민은행의 동기를 의심하게 할 만한 요인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바스켓 편입을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려는 노력이라는 해석부터 시장가격을 더 잘 반영하기 위한 기술적 조정으로 보거나 심지어는 환율전쟁에 참전하기 위한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첫번째와 두번째 이유가 복합적으로 숨어있다고 본다.
-그러면 왜 하필 이 시점이었나?
-인민은행의 행보가 경제적으로는 타당할까?
△그렇다. 이론적으로 보면 한 나라의 경제는 고정환율과 개방된 자본계정, (다른 국가들의 상황으로부터)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동시에 가질 순 없다. 자본계정을 자유화하면서 중국은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펴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 홍콩은 독립적 통화정책을 포기한채 고정환율과 개방 자본계정만 취하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중국이 환율 유연성을 확대하는 일은 경제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이번 중국 조치를 환율전쟁의 시작이라고 볼 수 없다.
-인민은행은 외환시장에 개입해 위안화를 원하는 수준대로 조정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위안화 하루 가격 변동폭을 조정하거나 과도한 변동성을 축소시키는 방식으로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격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물론 과거보다는 더 투명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긴 하다.
-이번 조치는 중국 수출과 경제 성장을 부양하기 위한 것일까?
-그러나 수출에 영향은 있지 않을까?
△초기 2% 정도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그리 큰 것이 아니며 수출경기를 바꿀 수 있을 정도도 아니다. 다만 위안화가 지속적으로 약해진다면 값싸진 위안화가 (다른 국가의) 최종 소비자에게 얼마만큼의 영향을 줄 수 있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일본 엔화를 예로 들면 지난 1년반동안 달러대비 엔화는 75엔에서 125엔 수준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엔화로 환산한 일본 수출 기업들의 이익이 늘어났을 뿐 미국 소비자들에게 수혜가 전가돼 그들의 수요를 늘리진 못했다. 그렇다고 중국이 거대한 원자재 수출국도 아니다. 기껏해야 중저가 전자제품이나 자본재 정도에 우호적인 영향을 줄 뿐이라고 본다.
-이제 무엇을 지켜봐야 할까?
△이렇게 바뀐 시스템은 고통을 키울 수 있다. 전날 외환시장에서의 위안화 종가가 다음날 아침 인민은행의 고시환율과 얼마만큼의 연관성을 가질지 잘 지켜봐야 한다. 또 종가의 중요성이 커진다면 외환시장 거래 막판에 시장내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봐야 한다. 우리도 이 부분을 예의주시할 것이다. 위안화 거래 변동폭 확대 여부도 관심사다. 변동성을 키워줘야 헤지시장도 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