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의 인생영업]영업도 정책도, 眞心이 성패 가른다

  • 등록 2020-07-23 오전 5:00:00

    수정 2020-07-23 오전 5:00:00

[신동민 주한글로벌기업 대표자협회 회장·‘나는 내성적인 영업자입니다’ 저자]“어떻게 하면 영업을 잘 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영업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덕분에 아직도 영업의 전문가처럼 인정해주니 마음으로는 반갑다. 사실 오랫동안 회사를 운영해오면서 나 스스로에게도 이런 질문을 많이 했고 연구도 해 보았다. 어떻게 하면 영업에서 꾸준히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인 영업을 할 수 있을까. 이런 물음은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인가요”만큼이나 오래된 철학적인 질문으로, 하나의 답을 찾기 어렵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훌륭한 영업자의 자질을 한번 상상해보자. 이런 사람은 영업을 잘 할 수 있을까. 우선 재미있고 매력적이고 누구나 즐겁게 해주는 사람, 그리고 아주 인상 깊은 지식이나 특별한 기술을 지닌 것 같은 사람, 매우 사교적이어서 누구와도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이에 더불어 좋은 평판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며, 돈과 소유물을 통해서 지위와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 감정을 흉내 내고 연기할 줄 아는 사람이며 결과에 상관없이 본인의 일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철저히 믿는 사람. 이상과 같은 특징을 보면 어떤 사람이 떠오르는가. 좋은 영업자의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되는가. 사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갖추어야 할 좋은 덕목은 모두 나열해 놓은 듯하다.

사실 위에 묘사한 특징은 사기꾼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미국에서 발행된 잡지에 연재됐던 내용이다. 사기꾼들이 저런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놀랍지 않은가. 의심스럽다면 다시 한 번 특징을 확인해보기 바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징을 하나씩 보면 우리 삶에서 가치 있는 덕목들로 가득 차 있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특징 중에 중요한 것 하나가 빠져 있다. 바로 ‘진심(眞心)’이다. 영업을 하는데 꼭 있어야 하는 이 진심이라는 작은 요소 하나가 사기꾼과 훌륭한 영업사원을 가르는 분기점이 된다. 오랫동안 좋은 실적을 내는 영업사원들의 차별화한 공통점은 단 하나다. 그들은 진심으로 고객의 문제를 고민하고 도움이 되는 방법을 생각한다. 실적은 좋아도 단명 하는 영업직원은 고객보다는 오늘의 실적과 나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개원연설에서 부동산 대책을 언급하면서 정부는 투기억제와 집값 안정을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실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미 수차례 경험을 했고 나름대로의 생각도 갖고 있다. 문 대통령 본인은 진심으로 이야기를 했을지 몰라도 국민들은 정부의 정책에 담긴 진심을 한 번도 본적이 없는 듯하다. 대책이 나올 때마다 청개구리처럼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 애꿎은 국민들만 탓할 것인가. 일부 투자자들을 투기꾼으로 몰아붙인다. 그렇지만 그들이 법 테두리 안에서 움직인다면 제제할 수단도, 비난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일러스트=김정훈 기자)
훌륭한 영업사원은 본인이 파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 고객을 본다. 그래야 진정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책자들에게 국민은 없는 듯하다. 정책자들은 정책의 일차적인 목표만 바라보고 돌진한다. 주택가격 안정이라는 애매한 목표를 가지고 그때그때 단기처방만 내린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애초에 국민들은 내가 편안히 살 집을 원했다. 물론 나의 집에 살면서 집값이 오른다면 그것 또한 만족할 만한 일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모든 국민을 투기꾼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제 누가 투기꾼인지, 아닌지조차 분간하기가 어려워졌다. 동시에 투기의 이득을 챙기지 못한 사람들을 루저로 만들었다. 20~30대 미래를 잃은 청년들은 분노하고, 40·50대 중장년층은 절망했다.

정부는 단순히 부동산 정책에 실패한 것이 아니다. 올바른 신념을 가지고 성실히 살아온 평범한 시민들을 심리적 사지로 내몰았다. 부동산으로 불로소득을 얻는 사람들 앞에서 신성한 노동소득을 기반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패배자가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부는 세금정책과 정책적 기술로 이런 전체의 방향을 조정하려고 하고 있다. 오만한 생각이다.

길을 잃으면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집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대부분의 서민들은 강남의 30억, 40억원 아파트에 관심이 없다. 다만 내가 돌아갈 집, 내 가족과 함께 방해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집을 원한다. 소소하게 인테리어를 하면서 소박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주거를 기본으로 한 주택정책으로 돌아가면 된다. 최근 싱가포르의 주택 정책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그 기본은 간단하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적당한 주택을 제공해주면 된다. 싱가포르는 면적이 서울보다 조금 큰 도시국가이다. 사실 토지를 더 개발하려고 해도 바다를 메우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에 1960년대부터 꾸준히 주택정책을 펴왔다. 싱가포르 주택개발위원회(Housing & Development Board·HDB)는 주택지를 개발해서 합리적인 비용으로 공급을 한다. 싱가포르 전체 국민의 80%가 정부가 지어 공급한 주택에 주거하고 있다. 국민들은 집값의 계약금은 연금에서 대출받고 80%는 30년 장기저리 분할 상환하면 된다. 실제 아주 적은 금액으로 본인의 주택을 가질 수 있다. 비록 토지는 본인 소유가 아니지만 99년까지 살 수 있고 물론 매각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싱가포르가 이런 공공주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내중심지에는 콘도라고 불리는 고가의 부동산이 있다. 이런 콘도들은 좋은 입지와 시설로 집값이 수십억, 수백억원에 달한다. 그렇지만 이건 일부 부유층의 주거지이거나 투자용 부동산이다. 싱가포르에서도 부동산의 등락은 있지만 정부에서 공급하는 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그리고 그들도 부동산에 투자를 한다. 다만 주거와 투자는 별개이다. 결국 목적성이다. 정부가 진심으로 국민들의 주거안정에 목적을 두었다면 많은 정책의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국민 누구도 그 진심을 믿지 않는 현실이 되었다.

단기간에 이익을 내려는 영업직원들이 성공하는 것을 이제껏 본 적이 없다. 집단 지성의 힘은 대단하고, 절대 개인의 힘으론 넘어 설 수 없다. 지금도 부동산 상승세를 세금으로 조금만 진정시키면 된다는 단기적인 안목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있다면 엄청난 사회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진정성이 들어있지 않은 정책은 반드시 문제를 일으킨다. 그런 틈새를 파고들어 이익을 보는 무리를 양산한 것은 정책입안자들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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