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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 담당자는 막무가내였다. 전화로 구인광고에서 제시한 근무 조건이 맞는지를 묻자 다짜고짜 사진부터 요구했다.
알바포털사이트에서 찾은 ‘바(Bar) 알바’ 구인광고 연락처로 전화를 한 뒤 찾아간 서울 관악구의 L바.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이 켜진 입구에 들어서자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 손님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바 안에는 사이사이 칸막이로 가려진 테이블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L바 관계자는 “착석 여부에 따라 급여가 달라진다”고 속삭였다. ‘건전’ ‘토킹’ ‘착석 아님’ 등 구인광고에 제시한 조건과 실제 분위기는 많이 달랐다,
구직사이트 등 온라인에 활개
취업난에 허덕이는 학생들이 ‘고수익 보장’이란 달콤한 유혹에 노출돼 있다.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는 주요 통로인 알바포털에서 ‘건전 바’라고 소개한 뒤 실제로는 유흥업소 일자리를 알선하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알바천국 등 알바포털은 고수익 광고여서 포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감독당국인 고용노동부는 유흥업소를 알선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취업준비생인 A(25·여)씨는 “집 주변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가까운 지역을 검색했는데 바 알바 구인광고가 쏟아졌다”며 “시급이 높은 학원 강사보다도 두세 배 많이 준다고 해 솔직히 고민됐다”고 말했다.
알바포털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바 알바는 ‘건전’한 일자리라는 것과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설명과 달리 상당수 업체가 실상은 유흥업소다.
급여 정보도 사실과 다른 경우가 많다. 공고에서 제시한 급여를 벌려면 ‘인센티브’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 과정에서 손님의 ‘지명’과 ‘착석’이 더해져 신체 접촉 등 성추행에 취약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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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업체들은 이같은 사실을 인식하고 있지만 이들의 광고를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바 알바 광고는 100% 유료여서 수익성이 높다.
상황이 이렇지만 현행법상 이런 광고들을 차단할 방법은 없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윤락, 유흥 등의 단어는 자동으로 걸러지는데 ‘바(Bar)’라는 용어는 그렇지 않아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면서도 “직업안전법 상 알바포털이 유흥업소를 알선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인업체의 신용 등 심사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실업난에 아르바이트 경쟁까지 치열해 지면서 생긴 문제”라며 “알바업체의 신용 등 심사기준을 강화하고 각 자치단체에서 인적 정보와 일자리를 고려해 적절하게 배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