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유엔 인권소위원회에서 일본의 책임자 처벌과 일본 정부의 배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맥두걸 보고서’를 채택했고, 미국 하원은 2007년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미래세대를 위한 끔찍한 범죄에 대해 교육을 해야 한다는 등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심지어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진행되어 논란이 된 박근혜 정권 당시 합의안에도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와 반성을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일본군과 관헌의 개입과 강제징집이 있었던 것은 가해자인 일본 정부도 인정하는 일이고, 반인륜적인 행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책임이 있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더욱 논란이 되는 것은, 과연 이들이 위안부 할머니들과 제대로 소통을 했느냐는 것이다. 남산 기억의 터에 세워진 조형물 ‘대지의 눈’에는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가 제공한 위안부 할머니 이름만이 새겨져 있다. 정대협과 마찰을 빚은 33명은 명단에서 빠졌다. 또한 이용수 할머니는 일본에서 10억 엔(114억 7000만원)이 들어온 줄도 몰랐다고 폭로했다. 단체가 자신의 존립근거이자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과 별도로 움직였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금 이 순간 윤 당선인을 위한 해명을 해주는 할머니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참으로 씁쓸한 일이다.
결국에는 정의연이 위안부를 위한 단체가 아니라 자신들의 이상적인 위안부상을 만들고 그에 맞춰 행동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까지 들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단순히 한 시민단체와 개인에 대한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에 제기된 문제가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는다면 위안부 문제 해결은 우리나라에서도 혼선을 빚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의혹을 밝히는 일은 오히려 올바른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 정치권 일각에서 이번 일을 친일과 반일로 확산시키는 것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번 문제 제기는 다른 정치세력이 아니라 당사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제기한 문제가 아니던가.
헌법재판소는 2011년 “현재 생존해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모두 고령이어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경우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을 실현함으로써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우고 침해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해질 수 있다”면서 정부의 부작위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세상을 떠났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