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이야기]'혈통의 스포츠'..어미말 몸값 170배 높인 효자말

사우디컵 우승마 '맥시멈시큐리티', 부마·모마 가치 올려
자마들 활약에 씨수말 '타핏', 3년간 교배료만 1000억원
종마산업 경쟁력, 해외시장 진출 활로 개척
  • 등록 2020-03-21 오전 8:00:00

    수정 2020-03-21 오전 8:00:00

지난 2월 사우디컵을 우승한 ‘맥시멈시큐리티’. 한국마사회 제공
[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경마는 ‘혈통의 스포츠’라고 한다. 좋은 DNA를 가진 부마와 모마로부터 우수한 자마가 나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경주마를 생산하기 위해 좋은 유전자를 가진 ‘씨수말’과 ‘씨암말’을 전략적으로 교배하고, 그 자마가 높은 몸값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자녀의 좋은 성적으로 부마와 모마의 가치가 올라가는 경우도 존재한다. 지난 2월 20일 단일경주 세계 최고 상금 240억원이 걸린 제1회 사우디컵의 우승마인 미국의 ‘맥시멈시큐리티(Maximum Security)’가 이런 효자에 해당한다. ‘맥시멈시큐리티’가 지금까지 벌어들인 상금은 약 1200만 달러(약 141억원)에 달한다.

경주마 한 마리가 벌어들이는 어마어마한 수득상금에 다른 생산자들 역시 제2·제3의 ‘맥시멈시큐리티’ 생산을 목표로 그의 부마와 모마에 주목하고 있다.

아들 ‘맥시멈시큐리티’ 덕에 몸값 170배 뛴 엄마 ‘릴인디’

‘릴인디(Lil indy)’는 미국 현역 경주마시절 19번 경주를 뛰어 2회 우승, 2회 준우승, 입상 4회의 성적을 거두며 3만7000여달러의 상금을 수득했다. 자신의 성적으로만 봤을 때에는 평범한 일반 경주마라고 할 수 있다. 씨암말로 용도변경 후 2013년 첫 자마를 배출했으나 자마들의 성적 역시 눈길을 끌기에는 부족했다. 그러나 2018년 12월, ‘릴인디’를 눈여겨본 한국의 생산자는 임신한 그를 국내에 도입한다.

지난해 3월, ‘릴인디’의 자마인 ‘맥시멈시큐리티’가 미국 대상경주(G1)인 플로리다 더비에서 우승하며 경마계의 주목을 받는다. 이를 계기로 ‘릴인디’의 유전·생산능력에 이목이 집중되고, 외국의 생산자가 높은 가격에 그를 다시 데려가기에 이른다. ‘맥시멈시큐리티’의 지속적인 활약에 한국에 들어올 당시 1만1000달러 가량이던 임신한 ‘릴인디’의 몸값은 지난해 11월 185만달러까지 치솟았다.

아빠 ‘뉴이어즈데이’ 리딩사이어 왕좌로 수직상승

‘맥시멈시큐리티’의 부마 ‘뉴이어즈데이(News year’s day)’ 역시 아들 덕에 리딩사이어(Leading Sire) 왕좌에 올랐다. 리딩사이어는 한 해 동안 자마들이 거둔 상금의 총합이 가장 많은 부마로 씨수말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가 된다. 올해 리딩사이어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딥임팩트’와 ‘맥시멈시큐리티’의 부마 ‘뉴이어즈데이’의 경쟁으로 좁혀지고 있다.

엄청난 자마수를 자랑하는 ‘딥임팩트’와 달리 ‘뉴이어즈데이’는 ‘맥시멈시큐리티’ 한 두의 ‘하드캐리’라는 사실이다. ‘맥시멈시큐리티’의 사우디컵 우승상금 1000만 달러가 ‘뉴이어즈데이’ 자마 수득상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경주마 ‘릴인디’. 한국마사회 제공
자마의 연이은 활약으로 부모마를 ‘마생역전’시킨 것은 비단 ‘맥시멈시큐리티’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씨수말의 가치는 보통 1회 교배로의 300배로 계산한다. 1년에 약 100회 교배를 하고, 평균 3년 이상 활동하기 때문이다.

현역 경주마는 수득상금으로 가치를 증명하고, 씨수말은 교배료로 가치를 증명하는 셈이다. 자마들이 잘 뛸수록 씨수말들의 교배료 또한 천정부지 치솟는다.

대표적인 예로 ‘타핏(Tapit)’을 들 수 있다. 현역 경주마 시절 약 55만7000달러의 상금을 수득했고, 씨수말로 데뷔한 2005년 1회당 1만4000달러의 교배료를 받았다. 그러나 자마들의 지속적인 활약을 통해 2017년에는 무려 1회당 30만달러로 증가하며, 전미 최고의 교배료를 자랑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타핏’의 교배료로 벌어들인 돈만 9000만달러를 능가한다고 할 수 있다.

잘 지은 자마 농사가 최고의 재테크

‘릴인디’처럼 미리 한국의 생산자들이 유전·생산능력을 알아보고 비교적 낮은 가격에 들여왔다가 자마의 활약으로 높은 가격에 되파는 사례는 종종 있다. 암말 ‘월들리플레저(Worldly pleasure)’는 2009년 1만5000달러에 한국의 목장에 들어와 씨암말로 생활하고 있었다. 2011년 그의 자마 ‘게임온두드(Game on dude)’가 미국 주요 대상경주(G1)인 ‘산타아니타 핸디캡’에서 우승을 거두며 ‘월들리플레저’ 역시 각국 생산자들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아 일본으로 거취를 옮긴 바 있다.

‘월들리플레저’는 2019년 다시 국내로 돌아와 올해 교배를 준비 중이다. 특히 ‘파워블레이드’와 교배할 예정으로 눈길을 끈다. ‘파워블레이드’는 한국경마 최초 서울·부경 통합 삼관마로서, 두바이월드컵 카니발에서도 국산 경주마의 저력을 보여줬고, 그랑프리까지 제패한 전설적 국산 경주마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경주마가 결승선 통과하면 그 경주는 끝나지만, 우수 경주마가 배출되면 그 종마의 가치가 올라간다”면서 “이는 경마산업 전체의 국제경쟁력을 높여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 삼관마 ‘파워블레이드’. 한국마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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