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규제 완화… 국토부, 택시 공동차고지 허용한다

이달 중 입법예고..이르면 내년 초 시행
택시사업자 차고지 마련 고민 해결 도움
그린벨트 난개발 우려.."훼손 최소화할 것"
  • 등록 2017-09-20 오전 5:30:00

    수정 2017-09-20 오전 5:30:00

서울역고가 위에서 바라본 서울역 서부역쪽 도로에 택시와 자가용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이데일리DB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앞으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에 택시 공동차고지를 설치할 수 있게 된다. 도심 속 차고지를 운영하면서 경영난과 싸워온 택시사업자들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개발제한구역의 녹지축 보전 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중에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관계부처 협의 과정 등을 감안하면 내년 초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그린벨트 내 개인 소유의 개별·공동차고지 설치가 허용된다. 지금은 그린벨트 내 지자체 소유의 땅에만 택시 차고지를 설치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개발제한구역은 3853.8㎢ 규모로 경기도에 30.4%(1172㎢)가 집중돼 있다. 서울에도 151㎢ 규모의 땅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다. 이 가운데 평지이면서 도로와 인접한 곳을 중심으로 택시 차고지 설치가 허용될 전망이다.

전국 개발제한구역 지정면적 현황(단위: ㎢, 자료: 국토교통부)
도심 개발에 밀려난 택시 차고지…그린벨트로 몰리나

택시 차고지는 택시운송사업자들이 필수로 갖춰야 하는 요건이다. 현행 법상 일반택시는 1대당 13~15㎡, 개인택시는 10~13㎡의 차고지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도심지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택시사업자들은 대체 차고지 마련에 대한 비용 부담을 느껴왔다. 게다가 매연과 소음 문제로 기피시설로 꼽혀 부지 마련 자체가 쉽지 않다.

최근 비슷한 예로 서울 송파구 거여동에 차고지를 두고 있던 버스업체 송파상운이 거여 2-2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위해 차고지를 비워야 했지만 대체 차고지를 마련하지 못해 지난달 23일 철거 용역업체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국토부가 2015년 11월 전국 광역지자체를 대상으로 택시 차고지 현황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법인택시 업체 수는 1700개로 총 1746곳의 차고지를 확보하고 있다. 이 가운데 56.2%(982곳)는 사업자 소유지이고, 43.8%(764곳)는 임차해서 사용하는 상황이다. 연면적 기준으로는 자가 113만7000㎡, 임차 74만5000㎡로 총 188만2000㎡ 규모다.

당시 조사에서 2016년 말까지 차고지 이전을 계획하고 있는 업체는 26곳이었고 이 중 9개사가 서울 업체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부분 재개발·재건축 등 도심정비사업에 따라 불가피하게 차고지를 이전해야 하는 경우”라며 “도심지에 차고지를 구하기가 어려워 그린벨트에 설치를 허용해 달라는 민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전국 지자체별 일반택시 차고지 현황(단위: 개소, 천㎡, 자료: 국토교통부) *2015년11월 기준
“그린벨트 원칙 무너진다”…난개발·부동산 투기 조장 우려도

일각에서는 개발제한구역의 본래 목적에 맞지 않는 규제 완화로 난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지금도 일부 그린벨트에 불법 가설물이나 공작물을 설치하는 불법행위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전국 1700여개 택시 차고지 중 상당수가 그린벨트 내로 무분별하게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규석 녹색연합 정책팀장은 “녹지를 보전하기 위해 지정한 그린벨트를 누군가 필요하다고 조금씩 땅따먹기식으로 용도 변경해 나간다면 결국 제한구역이 보호받을 수 있는 원칙이 무너진다”며 “제도적·법적 안정성이 훼손된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번 규제 완화로 국가가 개인사업자의 재산 축적을 돕게 됐다는 주장도 있다. 기존 도심지역에 위치해 있던 고가의 차고지 토지를 매각하고 비교적 저가의 그린벨트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택시사업자가 시세 차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투기를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한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로 인해 그린벨트 지역 땅값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는 앞서 2015년만 해도 택시 공동차고지 설치 및 비용 지원 관련 법률 개정 논의 과정에서 “공동차고지는 소유권이 민간 개인에 있기 때문에 국가의 지원은 부적절하다”며 강력히 반대한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3월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공동차고지에 대한 정의 규정이 신설되면서 개발제한구역 내 설치 허용 문제도 함께 검토돼 왔다”며 “개발제한구역 훼손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개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불법 골재 업체들이 불법으로 자갈과 모래 등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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