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작년 11월을 떠올려보면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분명 금리 수준은 미국보다 우리나라가 높다. 그런데 원화를 주고 달러를 받으면서 달러에 대한 이자는 물론이고 상대방으로부터 받아야할 원화 이자까지 되레 얹어줘야 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전대미문의 금융위기라는 특수상황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기축통화라는 이유로 안전자산의 지위를 얻은 달러의 몸값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9월, 연말, 3월 위기설 등으로 주기적으로 불안에 떨었고 그때마다 달러 가뭄은 심해졌다.
사실 이같은 불안감을 감안해도 CRS 1년 금리가 한때 -1.9%까지 빠졌던 것은 좀 과도했던게 사실이다. 3월 위기설이 해소된 이후 -1% 위로는 올라섰지만 플러스 전환은 멀어보였던 이유는 끊임없는 에셋 스왑에 있었다.
그러나 이제 분위기는 바뀌었다.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에 금융시장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고 이에 따라 해외 차입여건이 상당히 개선됐다. 국내 은행들이 적극 외화차입에 나서고 있고, 최근 발행된 해외 채권의 가산금리도 예전만큼 높지 않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해외 채권 투자에 별 매력을 못 느끼는 상황이다.
그동안 시기를 놓고 저울질했던 정부의 외평채 발행도 가시화됐다. 정부는 이번주중 10억~20억달러 규모로 10년물과 5년물을 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드쇼도 건너뛰고 바로 북빌딩으로 들어가면 2~3일내 발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단기 달러자금 시장의 추위는 풀렸지만 중장기쪽은 여전히 싸늘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글로벌 부실자산 추정치를 4조달러대로 늘릴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아직 온도계만 보고 옷장을 모두 봄옷으로 채우기에는 이르다.
(이 기사는 8일 오전 8시20분 이데일리 유료 서비스인 `마켓 프리미엄`에 출고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