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 약 한 달 만…法 “도주 우려”
|
앞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춘천지법에 출석한 중대장은 ‘혐의를 인정하는가’, ‘유족에게 왜 연락을 했는가’, ‘숨진 훈련병에게 할 말이 없는가’ 등의 취재진 질문에 침묵했습니다. 뒤따라 법원으로 들어간 부중대장은 “죄송하다”고 짧게 말했습니다.
피의자들은 지난달 23일 강원 인제군의 자리한 사단 신교대에서 훈련병 6명을 상대로 군기 훈련을 실시하면서 규정을 위반하고, 쓰러진 박모 훈련병을 적절하게 조치하지 않은 과실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강원경찰청 수사전담팀은 지난 13일 첫 피의자 조사 후 닷새 만인 18일 영장을 신청했고, 춘천지검이 19일 청구했습니다.
용산역 마련된 분향소…시민들 발길 이어져
|
특히 군인 자녀를 둔 가족들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훈련병인 아들을 둔 이은영(48)씨는 딸인 이예진(22)씨와 검은색 옷을 맞춰 입고 분향소를 방문했습니다. 이씨는 “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이렇게라도 잊지 않고 기억하려고 왔다”고 말했습니다.
숨진 훈련병과 비슷한 또래의 추모 행렬도 이어졌습니다. 경남 김해에서 올라왔다는 대학생 이재진(24)씨는 “돌아가신 훈련병의 어머님께서 쓴 편지를 (뉴스를 통해서) 보고 마음이 아파서 오게 됐다”며 “중대장도 이렇게 되라고 한 것은 아니겠지만 가혹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숨진 훈련병을 위한 메시지를 남기는 게시판에도 추모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게시판에는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기를 기도합니다’, ‘당신의 죽음을 조롱한 자들을 살려두지 않겠습니다’, ‘철저한 수사를 바탕으로 부모님의 한을 풀어 드리길 바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등의 메시지로 빼곡했습니다.
|
숨진 훈련병의 모친은 편지에서 “12사단 입대하던 날 생애 최초로선 연병장에서 엄마, 아빠를 향해서 ‘충성’하고 경례를 외칠 때가 기억난다”면서 “마지막 인사하러 연병장으로 내려간 엄마, 아빠를 안아주면서 ‘군생활 할만 할 것 같다’던 아들의 얼굴이 선한데 이제는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아들이 입대하러 하루 먼저 가서 대기하다가 군말 없이 죽어간 것을 그들은 알까요”라며 “대낮에 규정에도 없는 군기훈련을 빙자한 광란의 질주를 벌인 부하를 두고 저지하는 상관 하나 없는 군대에서 살기 어린 망나니 같은 명령을 받고 복종하는 병사의 마음을 알까요”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아들이 다시 온다면 묻고 싶다”면서 “팔다리가 굳어가고 근육이 녹아내리 호흡이 가빠올 때 숨이 안 쉬어지고 아프다고 얘기하고, 더 일찍 쓰러지는 척이라도 하지 그랬니. 엄마, 아빠, 형 너를 보물같이 여기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라고. 그 망나니 같은 명령도 명령이라고 열심히 따른 이유가 있었겠지요”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내 아들, 오늘 수료생 251명 중에 우리 아들만 없다”면서 “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요. 국가의 부름에 입대하자마자 상관의 명령이라고 죽기로 복종하다 죽임당한 우리 햇병아리, 대한의 아들이 보고 싶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