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까맣게! 자신있게!' 비틀기 천재…셰퍼드 페어리 '검게 칠해주세요'

2019년 작
세계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그라피티 아티스트
반전·환경 등 주제, 단순한 인물·도안·문구로
자신 이름보다 앞선 대표작 '오베이 브랜드'
  • 등록 2021-03-25 오전 3:30:01

    수정 2021-04-07 오후 4:11:49

셰퍼드 페어리 ‘검게 칠해주세요’(사진=이데일리문화재단)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한눈에 시선을 확 잡아끄는 광고 전단지. 분명히 대단한 상품일 거다. 노리끼리한 종이에 붉은 바탕을 깔고 검은 그림과 글씨를 올렸으니. 이보다 ‘센’ 강조는 드물다.

그런데 찬찬히 뜯어볼수록 ‘다른 의도’가 보이는 거다. 당장 한 손에 올린 깡통에 든 물체가 말이다. ‘블랙’이란 표시만 보고, ‘실내’와 ‘실외’란 단어만 보고, 퍽 쓸 만한 검정색 페인트인가보다 하기엔 뭔가 미심쩍다는 얘기다.

그래. 저 깡통을 채운 건 흔히 ‘검은 기름’이라 말하는 석유다. 그제서야 ‘실내·실외에서 위험하기 짝이 없는’이란 비아냥이 제대로 읽힌다. 바로 석유가 무기가 된 세상을 나무라는 거다.

셰퍼드 페어리(51).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그라피티 아티스트’로 의심없이 꼽히는 이다. 첫째가 메시지고 둘째가 기법. 반전·평화·환경 등의 주제를 단순하지만 강렬한 인물·도안·문구에 녹여낸 ‘오베이 브랜드’는 그의 이름보다 앞서는 대표작이다.

‘검게 칠해주세요’(Paint It Black·2019)는 그중 한 점. 꼬집기·비틀기의 천재가 야심차게 내놓은 ‘까맣게! 자신있게!’ 편이라고 할까.

6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일로 KG타워 아트스페이스 선서 뱅크시, 존 원, 존 마토스 크래시, 제우스, 빌스와 함께 연 그라피티 아티스트 기획전 ‘스트리트 아트’에서 볼 수 있다. 면 아카이벌 페이퍼에 세리그라프. 76.2×104.1㎝. 작가 소장. 이데일리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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