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이야기]경주마 은퇴 후 승용마로 변신 조건은?

한국마사회, '경주 퇴역마 체계 개선 계획' 수립
승용마 전환 별도 순치과정 '경주퇴역마 복지기금' 활용
국내 모든 말 이력관리 강화, 말등록 이력시스템 구축
  • 등록 2020-05-30 오전 8:00:00

    수정 2020-05-30 오전 8:00:00

2014년 승마대회 장애물경기 데뷔한 경주퇴역마 차밍걸. 한국마사회 제공
[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최근 동물복지 인식이 높아지며 경주마의 복지도 국제적 이슈가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마에 참여하는 경주마는 ‘더러브레드(thoroughbred)’ 품종으로 2세에 경주마로 데뷔해 불과 5~6세 정도가 되면 대부분 경주로에서 은퇴한다. 통상적으로 연간 1100여마리의 경주마가 은퇴를 한다. 이중 600마리 이상이 승용마로, 200마리 정도는 번식용으로 활용되며, 약 300마리 정도는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채로 은퇴를 하게 된다.

‘더러브레드’ 품종은 빠르게 달리도록 개량돼 왔다. 태어나면서부터 경주훈련을 통해 질주본능이 극대화된다. 승용마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안전한 기승이 담보돼야 하는데, 이같은 유전적인 형질과 후천적인 환경의 영향으로 승용마로 활용하기에는 별도의 순치과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 승용 전환된 가장 유명한 경주마로는 ‘위대한 꼴찌’로 불리던 ‘차밍걸’이 있다. 2008년 경주마로 데뷔해 총 101번 출전, 모든경주를 패배했지만 그 도전정신으로 사람들을 감동시켰던 ‘차밍걸’이 은퇴 후 승용마로 전환돼 2014년에는 승마대회까지 출전해 화제가 됐다. 물론 ‘위대한 꼴찌’ 답게 예선탈락이라는 웃픈 결과를 선사했다.

경주마 승용전환을 위한 순치교육. 한국마사회 제공
한국마사회는 ‘제2·제3의 승용마 차밍걸’을 배출할 계획이다. 매년 해외 조련인력 2명을 운영하여 국내에 승용조련 기술을 보급하였으며, 승용전환 매뉴얼 개발 및 보급, 경주퇴역 승용마 품평회(BRT, Best Retired Thoroughbred) 개최 등 각종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경주퇴역마 체계 개선 계획’도 수립했다. 이번 개선 계획은 용도 및 소재지가 불분명하여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경주퇴역마를 대상으로 승용조련 또는 기타 용도로 전환해 제2의 마생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경주퇴역마를 승용마로 전환하면 국내 말 복지를 한 단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안전성이 인증된 승용마를 공급함으로써 승마시장의 인프라 확보 및 승마인구 확대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퇴역마 승용전환에 소요되는 비용은 ‘경주퇴역마 복지기금’을 재원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 기금은 경주퇴역마 복지에 대한 공동책임을 이행하고자 경주마관계자(마주, 조교사, 기수)의 상금 일부와 한국마사회의 매칭 출연으로 조성된다. 현재는 140여마리의 용도 미정 경주퇴역마를 승용전환 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다. 하지만 기금 조성 규모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300마리 이상의 경주퇴역마를 승용마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마사회는 경주퇴역마를 포함한 국내의 모든 말의 이력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말산업 육성 관계법령 개정 통해 말 등록을 의무화한다. 또 농가 및 승마장에서 손쉽게 말 등록 및 각종 변경사항을 반영 및 정보 서비스를 제공 할 수 있도록 말등록 이력시스템을 구축해 말의 탄생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철저하게 관리해 나갈 예정이다.

장수목장에서 은퇴 후 삶을 보내고 있는 유명 경주마 터프윈. 한국마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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