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강제집행제도를 대대적 손질하기로 한 것은 현행 민사집행법의 미비점 때문에 민간 경비업체(용역회사)과 철거 대상 주민, 그리고 임차인간 충돌이 빈발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엄격한 법 집행과 인권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합법적인 국가 공권력이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강제집행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신체에 물리력 강제 가능한데도 규정 불분명
근본적 문제는 부동산 인도집행 등 강제집행은 물건은 물론 사람에 대한 강제적인 제약이 뒤따르는 행위임에도 불구 구체적인 법적 절차와 제한조건 등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민사집행법(5조)은 ‘집행관은 집행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채무자의 주거·창고 등 장소를 수색하고 잠근 문과 기구를 여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이 때 저항을 받으면 집행관은 경찰 또는 국군의 원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집행관은 이에 따라 물건에 대해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 집행관이 사람(채무자)에 대한 물리력 행사가 가능하다는 명시적인 법 규정은 없다.
다만 철거대상 세입자가 강제집행에 저항할 경우 경찰과 국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은 ‘민사불개입 원칙’에 따라 격렬한 폭력사태가 발생해야 비로소 질서유지 차원에서 개입한다. 국군이 강제집행 현장에 동원된 사례는 전무하다.
현행법상 철거용역 등 집행보조자가 물리력 행사가 가능한 지와 집행관이 이들을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 또한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강제집행에서 물리력이 필요할 수 있다. 그건 물건을 들어낼 때처럼 대물적 강제력이다”며 “대인적(사람) 강제력에 대한 규정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채무자가 집행에 저항할 때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과 주체, 행사범위 등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법무법인 바른은 대법원 정책연구용역 과제로 제출한 ‘부동산 인도철거 강제집행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법규화가 기술적으로 곤란하더라도 규정의 불명확함으로 집행관마다 기준이 달라 업무상 혼선이 있다”며 “경찰원조의 요청시기와 기준의 명확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하고 집단민원현장 경우 담당공무원 등을 참여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집행관 법원 퇴직자 재취업 창구 전락 지적도
이번 기회에 집행관 제도가 바뀔 지도 관심사다. 집행관은 국가 공권력의 한 종류인 강제집행을 주관하는 사람이지만 법적 신분은 공무원이 아닌 개인사업자다.
지방법원장은 10년 이상 법원주사보나 등기주사보, 검찰 주사보 이상의 직급 근무경력이 있는 퇴직자를 상대로 집행관을 4년 단임의 임기로 임명한다. 별도의 연수나 시험 등 절차가 없다.이 때문에 집행관은 실제로는 법원 또는 검찰 출신 공무원의 퇴직 후 재취업 창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해외사례를 보면, 미국은 집행관을 법무부 또는 지방정부 소속으로 상원의 승인을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거나 각 주에서 선거로 선출한다. 독일은 집행관이 주 소속으로 선발시험 후 사법학교에서 관련 교육을 받는다.
일본은 집행관이 법원 소속으로 관련 행정에 재직한 자 등을 대상으로 선발시험을 거쳐 뽑는다. 프랑스 집행관은 우리처럼 민간인 신분이다. 다만 집행관 교육과 실무연수 후 선발시험을 봐야 한다.
법무부는 집행관 선발제도 개선과 집행관에 대한 감독 및 징계 강화, 금품수수시 뇌물죄 등 적용을 위한 공무원 의제규정 도입 등의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법원에서도 법행정처 및 각급 법원 소속 직원과 집행관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집행관 제도 개선 연구반’을 꾸려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법원과 집행관, 경찰 등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어떻게 조율할 지가 문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집행관 제도 개선을 위해선 법원 공무원이 양보를 해야 한다. 경찰이 채무자 대응을 맡도록 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오랫동안 지속된 관행이 있어 이해관계 조율이 쉽지 않다. 제도 개선을 위해선 정부가 상당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